어떤 사람이 필자에게 만약 김영삼대통령을 만나면 무엇을 제일 먼저 말하겠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서슴없이 「국가의 안전」을 챙겨달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 규탄만 있고 속죄는 없다 ▼
「국가 안전」하면 우린 곧 남북의 대결이나 군사적인 것을 연상하기 쉽다. 그런 것들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들을 하드웨어라고 한다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윤리도덕 기강해이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더욱 안보와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적 위기는 우리의 상황과 직결된다. 황장엽씨도 구소련이 붕괴된 것은 경제가 아닌 정치때문이라고 했다.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나 베트남이 그랬고 구한말도 그렇지 않았는가.
그러면 무엇이 우리의 정치적 위기인가.
첫째로 상당수 국민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 체제 부정주의가 아닌가 싶다. 이 부정주의는 해방후 오늘날,까지 끈질기게 지속돼온 좌익과 친북세력의 집요한 체제부정논리에 우리들 특히 운동권의 젊은 세대들이 부지불식간에 익숙해진데서 연유된다.반면 전통과 가치관 보존에는 관심이 없는채 비리와 부패와 억압만을 일삼아 온 기득권층이 대안없는 폭력혁명세력에 슬금슬금 밀려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건전한 보수세력 부재속에 보수를 가장한 진보세력의 등장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지금 우리는 김영삼 정부와 그들에게 부정한 돈을 대준 것으로 알려진 정태수씨 등을 가차없이 매도하고 있다. 마치 한국정치의 부패는 그들만 단죄하면 그것으로 다 정화될 수 있다는 것처럼. 요즈음의 여야 현역 정치인들은 벌받으며 매맞는 소수의 급우들을 안도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바라보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김대통령의 비(非)를 규탄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허물을 만백성 앞에 자인하는 속죄와 참회의 양심선언이라도 하면 어떨까. 특히 야권의 양김씨는 그렇다.
둘째로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또하나의 정치적 위기가 있다. 그것은 우리 국민의 부정주의에 파고든 좌익과 친북세력의 대한민국 국가부정(否定)의 논리다. 그들은 때로는 헌법상 사상의 자유를 빙자하여 「조선노동당」의 사상침투를 막기 위한 국가보안법 폐기를 주장하며 때로는 간첩을 수색, 체포하는 대공사찰업무를 마비시키려는 은밀한 공작을 전개한다. 또 개혁논리를 타고 대다수 국민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과거청산」을 빙자하여 국군의 날을 바꾸자든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재고하자든지 애국가를 고치자는 등 대한민국의 상징물들을 하나 둘씩 소멸하려 하고 있다.
▼ 大選에 21세기 달려 ▼
좌익과 친북세력은 그 대부분의 경우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한국의 보수주의는 민주주의로 위장된 혁명세력, 진보의 가면을 쓴 친북 파괴세력에 의해 거의 침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가의 주사파들은 과격한 행동으로 국민의 관심을 끄는 바람잡이 역할을 할 뿐이다. 그 배후에는 은밀히 움직이는 진짜 간첩과 친북세력이 우리나라 각계 각층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매우 점잖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1948년 8월15일 수립된 대한민국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침몰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불과 7개월 앞두고 있다. 국민의 선택은 현명해야 한다. 21세기를 앞둔 우리의 국제적 입지를 음지(陰地)가 아닌 양지(陽地)를 향해 자리잡게 인도할 인물을 뽑아야 우리는 계속 번영할 것이다.
이도형(「한국논단」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