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賢哲(김현철)씨의 구속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현철씨에 대한 수사는 지난 2월초 한보특혜대출비리의 「배후 몸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촉발됐다.
검찰은 일단 「떠도는 설(說)만으로 수사할 수 없다」는 논리로 현철씨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은 채 한보수사를 마무리했다. 현철씨를 수사하라는 요구가 거세진 것은 물론이다.
결국 검찰은 현철씨가 2월 21일 야당의원 6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고소인 자격으로 현철씨를 조사하면서 한보비리 관련의혹을 수사했으나 무혐의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3월초 현철씨가 YTN 사장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경실련과 G남성클리닉원장 朴慶植(박경식)씨에 의해 공개되고 현철씨의 각종 비리의혹이 언론에 의해 제기됨으로써 상황은 반전됐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위험수위로 치닫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검찰은 3월 21일 대검 중수부장을 교체하고 한보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현철씨의 측근인 朴泰重(박태중)씨의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에 이례적으로 현철씨의 「2천억원 리베이트 수수설」을 기재, 현철씨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또 현철씨의 자금관리인으로 李晟豪(이성호)전 대호건설 사장이 본보에 의해 집중부각되면서 검찰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현철씨와 그의 측근들 사이에 이뤄진 자금흐름을 끈질기게 추적한 검찰은 결국 현철씨의 비자금과 대선자금 잔여금의 실체를 밝혀냈다.
검찰은 지난 15일 전격적으로 현철씨를 소환하고 이어 16일에는 현철씨의 또 다른 비자금 관리인인 金己燮(김기섭)전안기부 운영차장을 소환해 철야조사를 벌인 끝에 17일 현철씨를 구속함으로써 4개월 가까이 끌어온 현철씨 비리사건 수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호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