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앞두고 17일 오후 2시13분 마침내 金賢哲(김현철)씨에 대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자 대검청사 주변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현철씨에 대한 조사 이틀째인 16일까지만 해도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감과 여유를 내비치던 수사지휘부와 일선 수사검사들은 영장을 청구하는 순간 비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沈在淪(심재륜)중수부장과 李勳圭(이훈규)중수3과장이 이날 아침 총장실에서 이례적으로 1시간이 넘게 보고를 해 검찰주변에서는 『수뇌부와 수사진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현철씨 수사의 주임검사인 이훈규 중수3과장은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구속시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듯 하루종일 밝지 않은 표정.
이과장은 이날 오후1시반경 崔明善(최명선)대검 차장실에 들어가면서 『현재 심정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리 죄를 지었다고 해도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구속시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다』고 심정을 토로.
○…이날 오후 4시반경 현철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서울지법에 갔다가 대검청사로 돌아와 엘리베이터에 오르려는 순간 하늘색 수의를 입고 하얀색 털모자를 눌러쓴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이 타고 있어 두 사람은 서로 놀란 표정.
정총회장은 현철씨를 외면한 채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한쪽 구석으로 몸을 돌려 고개를 숙이고 숨기도.
한 검찰 관계자는 문민정부의 「황태자」 현철씨와 로비의 「황제」 정총회장의 우연한 만남을 지켜본 뒤 『앞으로는 청문회에서처럼 「서로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마디.
○…검찰주변에선 이번 수사의 숨은 일등공신이 몇달씩 발로 뛰면서 숨은 계좌를 찾아다녔던 李光浩(이광호) 李悳熙(이덕희) 林采均(임채균)수사관이라는게 중론.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검찰이 이만큼 수사를 해낸 것은 이들 수사관 3명이 발에 물집이 생기도록 뛰고 盧官圭(노관규)검사가 압수장부를 토대로 비자금의 전체규모를 파악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오전9시부터 밤10시까지 은행을 찾아다니며 계좌를 뒤졌다』고 노고를 치하.
○…미국 ABC방송의 마이크 웬거트 특파원은 『문민정부 아래에서 대통령의 아들이 어떻게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그러나 대통령 아들이란 이유만으로 권력행사가 가능한 정치상황에서 검찰이 그를 구속한다는 것은 더 더욱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
〈김재호·윤종구·조원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