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경선 D-1]갈 데까지 간 自害공방

  • 입력 1997년 5월 17일 20시 51분


대통령후보와 총재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17일 국민회의 주류 비주류간에는 화전(和戰)양면이 교차했다. 「모두가 승리하는 전당대회로」 「역사와 국민앞에 책임지는 전당대회」. 이날 주류와 비주류측이 내놓은 성명의 제목이다. 선의의 경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결과에 무조건 승복하자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날 오전에는 주류측 후보추대위원장인 李鍾찬(이종찬)부총재와 비주류측 선대본부장인 朴正勳(박정훈)의원이 전화통화로 전당대회 막판의 관행처럼 굳어온 「돈봉투돌리기」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는 전당대회 때마다 주류든 비주류든 차비 명목으로 대의원 한사람당 10만원씩을 줘왔으나 새정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그런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물론 양측 모두 재정형편이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부동표 흡수를 위한 막판 공방전이 치열했다. 특히 비주류측이 주장한 「DJP연합 필패론(必敗論)」을 둘러싸고 「자해(自害)공방」이 벌어졌다. 그 발단은 비주류의 16일자 소식지. 비주류는 이날 소식지에서 「DJP필패론」을 주장하며 그 근거 중 하나로 「DJ는 盧泰愚(노태우)비자금수수 민주당분당 대선자금 황장엽망명 金弘一(김홍일)의원문제 등 개인적 약점이 너무 많이 드러났다」는 점을 들었다. 황장엽망명을 거론한 것은 이른바 「황장엽리스트」와 金大中(김대중)총재의 「레드콤플렉스」를 연결시켜 득표율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김총재의 장남인 김홍일의원문제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의 비리에 빗대어 김총재가 장남을 국회의원에 「당선시킨」 사실을 부각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주류측은 『「누워서 침뱉기」도 정도가 있지 너무한다』며 『경선후 화해와 단합이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분개했다. 특히 황장엽망명을 金大中(김대중)총재와 연관지은 것은 선거 때마다 여권이 이용한 「색깔론 음해」를 당연시한 것이며 한발 더 나아가 이를 부추긴 것이라고 비난했다. 비주류의 박정훈본부장은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이날 이종찬부총재에게 『일부 표현이 부적절했던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19일 발간할 소식지종합판에서는 황장엽망명과 김홍일의원 대목은 삭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DJP연합」과 김총재를 깎아내리는 비주류의 공세는 여전히 아슬아슬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19일의 전당대회에서 양진영의 감정이 폭발할 가능성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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