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구속/영장으로 본 비리]전-노씨 복사판

  • 입력 1997년 5월 17일 20시 51분


검찰수사결과 드러난 金賢哲(김현철)씨의 비자금 은닉과 관리수법은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수법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심복을 통해 비자금을 은닉하고 돈의 출처를 감추기 위해 철저히 돈세탁을 거친 점, 회사채 주식 등에 투자해 돈을 굴린 점 등이 모두 전,노씨 수법의 복사판이다. 아버지가 비자금을 조성해 은닉했다는 이유로 전직대통령들을 수사, 구속케 하는 동안 아들은 차명계좌를 이용해 똑같은 수법으로 비자금을 관리한 셈이다. 따라서 현철씨가 주로 동문기업인 등 평소 알고 지내던 기업인들에게서 활동비조로 돈을 받은 것은 어떻게든 법망을 피해보려는 현철씨의 「잔꾀」일 수 있다는 것이 수사관계자들의 지적이다. ▼ 비자금 조성 ▼ 현철씨가 기업인 6명에게서 활동비조로 받은 돈은 65억5천만원. 그러나 측근인 심우 대표 朴泰重(박태중)씨를 통해 빼낸 1백32억원의 대부분이 대선자금인 것으로 알려져 비자금 총액은 1백50억원대를 넘는다. 이중 선거자금과 활동비 등으로 쓰고 현재 갖고 있는 돈은 1백억원 가량이나 기업인들에게서 구체적인 청탁을 받고 이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관계자의 말이다. 현재까지 검찰조사결과 드러난 이권개입 부분은 측근인 李晟豪(이성호)전 대호건설 사장이 서초케이블TV를 사들이거나 두양그룹 金德永(김덕영)회장이 휘말린 소송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부탁받은 것이 고작이다. 기업인들에게서 받은 65억5천만원중 알선수재혐의가 적용된 돈이 총액의 절반인 32억2천만원에 불과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돈을 준 사람들이 모두 중소기업인들로 현철씨를 등에 업고 초고속성장을 노리는 「장사꾼」이었다는 점과 누구도 아무런 대가없이 돈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검찰이 대가성을 미처 밝혀내지 못했을 뿐이라는게 수사관계자들의 지배적 분석이다. ▼ 비자금 관리 ▼ 현철씨는 전,노씨를 능가할 만큼 교묘한 자금세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세탁에 이용된 가차명계좌만도 1백10여개에 이르며 돈을 주고 받을 때는 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뒤 다시 현금을 수표로 바꿨다가 현금화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자신이 받은 돈은 동문기업인들이 준 활동비에 불과하다는 현철씨의 주장을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현철씨가 돈세탁을 집중적으로 한 시점은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지난 93년8월 이후여서 이는 현정권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현철씨의 비자금 관리에는 측근인 박태중씨와 이성호씨, 전 안기부 운영차장 金己燮(김기섭)씨 등 「비자금 3인방」이 동원됐다. 93년 초에는 박씨가 주로 비자금을 관리했지만 93년말부터는 이성호씨와 김기섭씨가, 95년 이후에는 김씨가 도맡아 관리했다는 게 수사관계자의 설명이다. ▼ 비자금 사용처 ▼ 검찰이 현재 사용처를 확인한 비자금은 현철씨가 金元用(김원용)성균관대 교수를 통해 여론조사 자금으로 썼다는 25억원이 고작이다. 다만 검찰은 대선자금 잔여금으로 보이는 70억원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비자금 총액으로 추정되는 1백50억원중 50억원 이상이 아직 오리무중인 셈이다. 〈하종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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