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민회의 전당대회장에는 4천3백여명의 대의원들이 질서정연하게 앉아 대통령후보와 총재선출에 한 표를 행사했다. 이들 대의원은 전당대회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선거가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져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회고했다.
60년대 말부터 30여년간 야당 대의원 생활을 해왔다는 許時東(허시동·76·경북 구미을)씨는 『대의원으로서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당에서 공식 지원한 5만원의 거마비를 제외하고는 후보들로부터 한 푼도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허씨는 71년 민주당 전당대회, 70년대 중반의 신민당 각목전당대회, 왜관 각목사태, 金泳三(김영삼)총재 제명, 87년 분당사태 등을 직접 목격한 증인이다. 허씨는 『야당 전당대회 때는 으레 각목에 싸움질이 다반사였다』며 『이렇게 고생하며 경상도에서 야당생활을 했는데도 정권교체가 안돼 야당 30년이 후회스럽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경남 울산에서 올라온 金貴鉉(김귀현)씨는 『예전에는 총재가 최고다. 경선은 해서 뭐하느냐는 분위기 일색이었는데 이번에는 대의원들의 요구로 경선까지 치렀으니 많이 발전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또 『예전에는 전당대회에 합창이나 농악대가 어디 있었느냐』며 『상대방에게 얻어맞을까봐 속전속결로 대회를 치르고 당 지도부는 도망가기 바빴다』고 회상했다.
충남 논산에서 30년 넘게 야당생활을 해온 田文植(전문식·65)대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주류측 후보가 연설할 때 야유가 나왔는데 그래서는 안된다』며 『후보 연설에 야유를 보내면 나부터도 괘씸한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전씨는 『93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만 해도 후보들이 몇십만원씩 대의원들에게 돈을 나눠줬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정말 없었다』며 『주류 비주류측에서 찾아왔지만 「내가 어린애도 아닌데…」라고 면박을 줬다』고 말했다.
대의원자격으로는 처음으로 전당대회에 참석했다는 丁榮安(정영안·경기 고양을)씨는 『대회장에 오기 전까지만해도 야유와 인신공격 몸싸움이 있을까봐 걱정했다』며 『그러나 각 후보가 정책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鄭大哲(정대철)후보를 지지했다는 한 대의원은 『군대에 있을 때도 매맞으며 김대중총재를 지지했는데 다른 사람을 찍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해 야당의 달라진 전당대회 풍속도를 엿보게 했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