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위원은 경선주자 5인 회동 등 이른바 「반(反) 이회창 연합」의 태동 움직임에 대해 일단 크게 괘념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그러면서 이대표 진영은 반대파와의 싸움보다는 실리(實利)를 챙기는데 주력하는 듯했다.
○…이대표는 19일 서울 광진갑 지구당의 金榮春(김영춘), 경남 울산동구의 崔壽萬(최수만)위원장 등 원외위원장 2명과 만났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5인 회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을 볼 때 따로따로 있으면 TV에 얼굴이나 한번 제대로 나오는 사람들이냐』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겉모습일 뿐 속내는 다르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최근 『경선구도를 「이회창 대 반 이회창」 구도로 끌고 가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이대표 진영이 5인 회동에 맞대응을 하지 않는 것도 「반 이회창 연합」을 고착시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대표는 이날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경선과정은 서로 상처를 내는 반목의 장이 아닌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해 평소 「분파행동」 등을 경고할 때와는 달리 상당히 부드러워진 느낌을 주었다.
이런 우회전법의 일환으로 이대표는 요즈음 민주계를 다독거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河舜鳳(하순봉)대표위원비서실장은 이날 민주계인 金운桓(김운환) 盧承禹(노승우)의원 등에게 이대표의 중국 방문에 동행하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이대표가 지난 18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해있는 崔炯佑(최형우)고문을 문병한 것도 같은 맥락의 행보다. 이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金潤煥(김윤환)고문이 최근 辛相佑(신상우)해양수산부장관 등 민주계 인사들과 접촉했던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지만 이대표측에서는 이런 우회전법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식의 정면돌파를 주무기로 삼아온 이대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대표직을 던져 버리자니 밀려서 쫓겨나는 듯한 인상을 줄 우려 때문에 이대표 진영은 「제3의 묘책」을 찾는데 주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