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개월 동안 정국현안의 핵심이었던 92년 대선자금에 대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23일 「불공개」 입장을 분명히 하자 여야는 확연히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신한국당은 「예상대로」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야권은 자제해왔던 「김대통령 하야론」을 입에 올리며 일전불사의 전의(戰意)를 다지는 분위기였다.
○…신한국당 당직자들은 대체로 『아무튼 잘됐다』는 반응이었다. 한 당직자는 『대선자금을 공개하면 대통령직 유지가 「위법상태의 지속」임을 확인하는 것 아니냐』며 『김대통령이 극도로 무기력해진 지금 대선자금을 공개하는 것은 「하야」를 각오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선자금을 공개하면 출처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면서 재벌 등 대기업 사주들을 또한번 법정에 세워야 한다』면서 『국정의 큰 틀에서 보면 잘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보사건이나 「金賢哲(김현철) 비자금」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대선자금의 일단이 드러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한 당직자는 『당내에서도 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거부 입장표명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무모한 버티기 아니냐」「결국은 차기 정권창출의 악재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마치 벌집을 쑤신 듯한 분위기였다. 야권은 『김대통령 스스로 묘혈을 파는 꼴이며 불행의 시작』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김대통령과의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태세였다.
국민회의는 그동안 「3김(金) 동반퇴진론」이 거세게 대두될지 모른다며 언급을 회피해 왔던 「김대통령 하야론」을 간부회의에서 공식거론했다. 金大中(김대중)총재도 자신에게 대통령후보 당선 축하전화를 한 뒤 김대통령이 입장을 바꿨다는 점을 적시하며 몹시 불쾌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총재는 「축하공세」로 당분위기를 흔들어 놓은 뒤 이를 틈타 대선자금 문제를 얼버무리려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게 한 측근의 전언이다. 이는 또 김총재와 姜仁燮(강인섭)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의 「일산 밀약설」을 일축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자민련의 金鍾泌(김종필)총재도 이날 경기도지부 정기대회에서 『불행한 종말을 자초하고 있다』고 전에 없이 강한 톤으로 비난했다.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거부가 그동안 다소 틈새를 보였던 양당공조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임채청·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