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92년 대선자금에 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기까지 청와대 내의 기류는 막판까지 반전을 거듭했다.
당초부터 김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나도 전체 규모를 모르고 당쪽에서도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거듭 밝혀왔다.
청와대의 고민은 이런 상황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는가 하는 것이었고 그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포괄적 입장표명」이었다.
지난 주말까지 청와대 보좌진내에서는 입장표명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임기후 책임론」으로 상황을 매듭짓고 과감한 정치개혁에 나서자는 「정면돌파론」도 건의됐다. 尹汝雋(윤여준)대변인이 지난 19일 김대통령에게 입장표명의 초안을 작성, 보고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이후 분위기가 반전하기 시작했다.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金賢哲(김현철)씨 관련수사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어차피 입장표명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
처음부터 입장표명 불가를 주장해 온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李會昌(이회창)대표가 대선자금 설명의 총대를 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신 김대통령이 오는 29일 대선예비주자들을 불러 국정수습과 정치개혁 필요성을 당부함으로써 역할분담을 하는 복안이 마련됐다는 것.
22일 오전 김대통령의 호출을 받아 본관으로 올라가 독대하고 나온 姜仁燮(강인섭)정무수석은 『입장표명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흘렸다.
이어 이날 오후 청와대 관계자가 이대표 진영을 찾아가 김대통령의 「의중」을 전했고 이대표는 이날 밤 河舜鳳(하순봉)대표비서실장 등 핵심참모들을 소집, 「총대를 메는」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결국 김대통령이 이대표에게 또 하나의 「빚」을 지게 됐다는 게 청와대 주변의 풀이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