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 이후 최대의 정치현안이었던 92년 대선자금에 대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23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데 대해 야권이 처음으로 대통령 하야(下野)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서는 등 정국이 급속히 난조(亂調)에 빠져들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李會昌(이회창)대표로부터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민들의 정서를 잘 알고 있으나 5년전 대선자금에 대해 지금에 와서 국민에게 속시원하게 밝힐 만한 자료가 없어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 92년 대선자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공식회의를 통해 김대통령의 하야문제를 공식 거론하고 나서는 등 강력한 대응을 할 태세를 보이고 나섰다.
이대표는 이날 주례보고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대통령은 대선자금문제에 대해 별도로 해명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자료가 드러나지도 않고 확인할 수도 없으며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당 차원에서는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선자금의 근본문제는 현실이 따라가지 못하는 과거의 법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여야 정치인 모두가 사죄하는 심정에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와 관행을 고쳐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오는 27일 합동의원총회를 열어 대선자금 문제 등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옥내외 규탄집회 등 강력한 대여(對與)공조투쟁을 전개키로 했다.
국민회의는 이날 긴급간부회의를 소집,『대선자금에 대해 고백하고 사과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더 이상 자리에 앉아 국정을 유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결의했다.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은 성명에서 『대선자금문제에 대해 자료가 없어 못밝히겠다는 것은 국민적 요구에 대한 배신이자 도전』이라며 『대선자금 공개거부는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것이며 우리당은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한국당의 李允盛(이윤성)대변인은 야권이 대통령의 하야문제를 거론한데 대해 『경거망동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헌정중단은 정치권 전체의 공멸이며 국정공백을 걱정하는 국민에 대한 배신임을 경고한다』고 비난했다.
〈임채청·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