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 訪中 의미]대선자금 언급한뒤 곧 출국

  • 입력 1997년 5월 25일 19시 56분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위원의 이번 중국방문에는 음미해볼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첫 공식 방문지로 미국이 아닌 중국을 택한 점도 그렇거니와 江澤民(강택민)국가주석과 만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대표측은 우선 중국방문의 의미를 「미래 지향」에서 찾는다. 21세기 중국의 위상, 동북아의 미래 등을 감안해 중국을 첫 방문지로 삼았다는 것. 과거 정치지도자들이 미국에 「첫 인사」를 다녀왔던 것과도 차별화하겠다는 얘기다. 강주석과의 면담도 이대표를 움직이게 한 주요 동인(動因)이라는 게 주변의 얘기다. 실제로 이대표측은 강주석과의 면담 일정이 내부적으로 확정된 뒤에야 중국방문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강주석과 만나는 장면이 국내언론에 보도될 경우 다른 대선주자들과는 「격」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게 이대표측 계산이다. 뿐만 아니라 대선주자로서는 다소 부족한 듯 비쳐지는 통일외교쪽 이미지도 일거에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계산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측에서 보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여권 대선주자와 「관계」를 맺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강주석과의 면담이 성사된 데는 주한중국대사관의 「한국 대선 판세 보고」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대표가 강주석에게 전달할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친서를 소지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포인트다. 김대통령의 이대표에 대한 배려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대표가 김대통령을 대신해 대선자금 비공개의 「총대」를 멘 뒤 곧바로 중국행을 단행하는 것도 면밀한 계산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북경〓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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