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공개거부 입장을 대변한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정치권에서 「십자포화(十字砲火)」를 맞고 있다.
야권은 이대표를 국정표류의 「몸통」이라고 규정하면서 비난을 퍼부었고 여권내에서도 이대표에 대한 견제와 공격이 본격화되는 등 정치권은 「적(敵)과 동지」가 얽히고 설키는 난타전(亂打戰) 양상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신한국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26일 『이대표가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당대표로서 역할을 제대로 한 것 아니냐』며 『이제 본격적인 경선국면에 들어가면 야당의 공세도 잠잠해질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다른 당직자는 『대선자금 문제를 가만히 놔두는 것이 나을지 몰랐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신한국당내 경선주자들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朴燦鍾(박찬종)고문측은 『이대표가 대선자금 문제를 고문단회의나 의원총회 한번 열지 않고 김대통령 마음얻기, 민주계 끌어안기 등 자신의 경선전략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또 李洪九(이홍구)고문측도 『아무런 방향제시 없이 덮어둔다고 수습이 되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표시했고 崔秉烈(최병렬)의원은 『김대통령이 자연인의 입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언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金德龍(김덕룡)의원측은 『이대표가 「대선자금 고백」입장을 뒤늦게나마 버리고 당론을 따르게 돼 환영한다』고 밝혔다.
○…야권은 이대표가 경선과정에서의 협력을 담보로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불공개방침」에 대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으로 보고 공격의 초점을 이대표에게 맞추는 분위기다. 야권은 그러면서 이대표의 「대쪽」이미지에 결정타를 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날 열린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8인 투쟁공동위」는 이대표를 김대통령과 함께 현 국정표류의 「몸통」이라고 규정하면서 「김대통령의 하수인」이라고 직격탄을 퍼부었다.
국민회의는 이날 『이대표가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불공개방침에 동조하고 나선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의 공범이 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자민련의 沈良燮(심양섭)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대표가 김대통령과 야합,대선자금문제를덮고 「이회창 대세론」으로 몰아가려는 것이야말로 정략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윤영찬·김정훈·정용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