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입장 U턴]이회창대표 왜 앞서나갔나

  • 입력 1997년 5월 27일 20시 02분


중국을 방문중인 李會昌(이회창)대표위원은 지난26일 조찬과 오찬 때 『대선자금에 관한 나의 입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좀처럼 자신을 변호하지 않은 이대표로선 이례적인 언급이었다. 그만큼 사정이 다급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대표는 국내에서의 비판이 예상외로 거세자 상당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대표를 수행하는 한 측근은 『우리가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내부에서도 있었다』고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이대표는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해 이대표의 측근들은 『21일 姜仁燮(강인섭)대통령정무수석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23일 주례보고 자리를 빌려 「대선자금 공개불가」 입장을 밝히고 싶어하니 협조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이에 따라 21,22일 잇달아 내부회의를 갖고 김대통령을 지원키로 입장을 정했다』는 것. 결코 이대표의 독자행동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대표가 「대선자금 공개불가」 입장을 밝힌 다음날인 24일부터 이대표 진영내부에서조차 파열음이 들렸다. 『이대표의 「대쪽」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다』며 안팎의 비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주로 「대선자금 공개불가」입장을 정하는 과정에서 소외됐던 이대표의 사조직쪽 목소리였다. 당시 내부회의에 참석했던 멤버들은 河舜鳳(하순봉)비서실장 白南治(백남치) 徐相穆(서상목)의원 高興吉(고흥길)특보 등이었다. 이들은 이대표까지 참석한 내부 회의에서 격론을 벌인 끝에 「대선자금문제는 어차피 대선까지 간다. 경선국면이 생각보다 심상찮은 만큼 대선자금 문제에서 김대통령을 보호, 민주계를 엎어야 한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선자금 공개불가」 발표 이후 이대표가 궁지에 몰리자 진영 내부에서조차 『내부 의사결정이나 김대통령과의 합의나 모두 「밀실담합(密室談合)」이었다는 게 문제다』 『너무 정치논리로만 생각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심지어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입장표명 계획이 발표되자 『청와대에서 함정을 판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터져나오는 등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 〈북경〓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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