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그레이엄목사 자서전 『화제』…北김일성 면담 소개

  • 입력 1997년 5월 27일 20시 02분


미국의 세계적 부흥사 빌리 그레이엄(79)목사가 자서전을 펴냈다. 제목은 전도대회때마다 그가 즐겨불렀던 찬송가 「주께로 그저 갑니다」에서 한 구절을 따 「나 있는 그대로」. 그레이엄은 1943년 목회자의 길에 들어선 이래 54년 동안 세계 1백85개국 2억3천만 지구인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다. 기독교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의 자서전에는 친하게 지냈던 해리 트루먼에서 빌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과의 만남이 상세히 기술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중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존 F 케네디 대통령 관련 부분. 1963년11월22일 케네디가 댈러스에서 암살되기 직전 그레이엄은 뭔가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통령이 댈러스에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그는 백방으로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레이엄과 골프에 얽힌 얘기도 유명하다. 골프를 즐겼던 그는 케네디 그리고 닉슨 대통령과 곧잘 어울렸는데 『하나님이 내 기도는 다 들어주시는데 골프장에서 하는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는다』는 조크를 한 것. 이 조크는 곧 유명해졌고 지금도 골프 유머의 고전으로 꼽힌다. 자서전에는 그가 한국과 북한을 방문했던 때의 얘기도 나온다. 그는 73년 여의도 광장에서 있었던 자신의 전도대회때 1백만이상의 인파가 몰렸던 것을 회상하면서 한 차례 대회에 모인 군중으로서는 최대규모였다고 적고 있다. 특히 화장실 시설이 없었는데도 대회가 끝났을 때 여의도 광장 바닥에는 아무런 얼룩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92년과 94년 두 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그레이엄은 金日成(김일성)도 만났다. 92년에는 조지 부시대통령의 안부인사를 구두로 김일성에게 전했고 94년에는 클린턴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레이엄은 양국 지도자들이 주고받은 메시지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당시 김일성은 분명히 변화와 개방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워싱턴〓이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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