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92년 대선자금 문제에 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키로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은 「반전(反轉)」의 연속이었다.
청와대 보좌진들의 의견은당초부터△이미대국민담화(2월25일)를 발표한만큼 불필요하다는 반대론 △담화를 통해 직접 국민에게 사과, 호소해야 한다는 정면돌파론 △고위당정회의나 국무회의석상에서 설명하는 우회돌파론 등으로 복잡하게 엇갈렸었다.
김대통령은 처음엔 대국민담화발표를 구상, 이달초 일부 수석실에 문안작성까지 지시했다. 그러나 『대국민담화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반대론이 우세해지면서 21일 고위당정회의를 소집해 「포괄적 언급」을 하는 방안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리고 尹汝雋(윤여준)대변인이 각수석실의 의견을 종합해 만든 초안을 19일 김대통령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이 때부터 김대통령은 『좀 더 생각해 보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17일까지만 해도 입장표명에 동의했으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지난 주초 이후 적극적 입장표명 건의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1일의 「포괄적 선언」이 무산된 이후 李會昌(이회창)신한국당대표가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불가」 방침을 전하면서 입장표명은 사실상 물건너간 듯했다. 김대통령은 26일까지도 보좌진들의 직접적인 입장표명 건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 쪽에 기운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26일 오후부터 姜仁燮(강인섭)정무수석비서관 등이 「사의」까지 내비치며 입장표명의 필요성을 개진하는 등 수석비서관들의 강력한 건의가 잇따르자 마침내 김대통령은 27일 오전 「직접 입장표명」 쪽으로 결심을 바꾸었다. 10여일간의 엎치락뒤치락 끝에 당초의 구상대로 「유턴」한 셈이었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