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朴燦鍾(박찬종)고문이 27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고려대 노동대학원 초청 강연형식을 빌려 대통령후보 당내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바야흐로 세계의 중심축은 동북아로 옮겨가고 있으며 이중 한반도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의 예각(銳角)적 접점지역』이라는 「세계정세론」을 펴가며 무한경쟁 시대의 대통령 책무를 강조했다.
그는 또 차기대통령의 조건으로 『개방적 협의적 권력분산적 리더십을 가져야 하고 앞으로 당은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돼야 하며 대표는 총재가 지명할 게 아니라 당원이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작년부터 경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박고문이 새삼스레 이를 「선언」한 데에는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는 듯하다. 우선 당내 지지도 확보가 생각만큼 미치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싶었던 욕구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 박고문이 초점을 둔 대목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선레이스가 극히 「불공정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이벤트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는 강연 말미에 불공정경선이 야기될 경우 일어날 「후유증」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박고문은 대선 전망과 관련, 『신한국당은 수도권을 축으로 충청지역에서 이삭을 줍고 경상권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지역구도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고문의 기자회견 내용.
―李會昌(이회창)대표를 29일 전국위원회에서 교체할 것을 청와대에 건의했는데….
『이대표의 교체는 공정경선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건의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불공정 경선 후유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후유증이란 구체적으로 뭘 뜻하나.
『(잠시 머뭇거린 뒤) 지금도 징후가 있지 않으냐. 다만 「큰 정치」를 위해 대범하게 넘어온 것이다』
〈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