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극도의 혼미(昏迷)상태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대국민담화 발표 방침을 밝힌 27일 오후 신한국당은 3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당의 공식논평을 내놨다. 당내 속사정도 복잡하지만 당직자들의 표정에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신한국당이 급속히 난조(亂調)에 빠져든 결정적 계기는 지난 23일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청와대 주례보고를 마치자마자 대선자금 공개불가를 선언한 직후부터였다.
당내는 이대표에 대한 파상적인 공세로 어지러웠고 갈피를 잡을 수 없을만큼 속사정이 난마(亂麻)처럼 얽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대통령이 27일 돌연 이대표의 선언을 무효화하는 대국민담화 발표를 결정하자 당은 거의 「공동화(空洞化)」현상을 드러내는 느낌마저 주었다.
더구나 「반(反)이대표 연합전선」을 구축한 당내 경선주자들이 29일의 전국위원회에서 대표직 사퇴를 겨냥한 총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여 신한국당은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직면한 모습이다.
李漢東(이한동) 朴燦鍾(박찬종)고문은 27일 이대표에 대해 『계속 대표직 사퇴를 거부하면 정권재창출을 매우 험난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전국위 개최전까지 대표직을 사퇴하라』고 직격탄을 퍼부었다. 경선주자들은 또 전국위에서 각 5분간 자유발언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지도부에 촉구했다.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 등 당지도부도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예전과 달리 이번 전국위에는 김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데다 대표직 사퇴요구 등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파열음이 터져나와 행사장이 아수라장을 이룰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적지 않은 당관계자들이 벌써부터 경선불공정 시비를 제기하고 있는 일부 경선주자의 탈당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튼 이대표가 중국에서 돌아오는 28일부터 대표직 사퇴와 김대통령의 의중, 즉 「김심(金心)잡기」를 둘러싸고 이대표와 다른 경선주자들간의 「기(氣)싸움」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가 귀국한 이후 전국위 소집과 함께 다른 경선주자들이 대표직 문제와 자신들의 거취 문제를 연계시키며 총공세를 펼 경우 당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대표 귀국―김대통령과 경선주자들의 오찬회동(29일 낮)―전국위원회(29일 오후)―김대통령 담화(30일)로 이어지는 사흘 동안 이대표의 앞날은 물론 신한국당의 향후 진로가 「파국이냐, 봉합이냐」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될 전망이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