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입장표명을 둘러싸고 오락가락하는 여권내 혼선을 꽤나 즐기고 있다.
야권은 특히 여권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을 부추기며 김대통령과 신한국당 대선예비주자간의 신경전, 특히 李會昌(이회창)대표를 끌어내리는 데 초점을 맞춰 대여(對與)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연일 이대표의 잦은 「말바꾸기」를 물고 늘어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이대표의 충청권 잠식을 우려하는 자민련의공세는더욱매섭다.
자민련은 27일 이대표를 두고 『김대통령의 「카더라」대변인으로 전락했다』고 비꼰 데 이어 28일에도 『「법대로」가 「멋대로」를 만나 갈팡질팡하고 있다』(李圭陽·이규양부대변인)고 공격했다.
이같은 야권의 공세는 우선 김대통령과 이대표를 동일 공격목표로 설정,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이회창대세론」의 기를 꺾고 여당내 대선주자들을 「하향평준화」로 몰아가겠다는 의도에서다. 가장 유력한 경쟁상대인 이대표의 「대쪽」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김대통령과 이대표가 적절한 「힘의 균형」을 유지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다. 두 사람의 팽팽한 긴장관계는 서로의 세력을 잠식하고 야권이 우려하는 「김심(金心)의 작용」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권은 김대통령과 이대표가 대선자금 정국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여권의 대선구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그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만 둘 사이의 관계나 여권의 내분사태는 일시적으로 봉합된다 하더라도 점차 악화할 것이라는 게 야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