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주자들간의 29일 오찬회동은 1시간15분 가량 계속됐다. 이날 회동에서는 대선자금 파문과 李會昌(이회창)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참석자들간에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분위기는 「집안식구」끼리의 모임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낮 12시 오찬회동이 시작되자 김대통령은 『오늘은 칼국수 대신 기운을 내라고 꼬리곰탕을 준비했으니 영양보충을 하라』며 농담을 건넨 뒤 『朴燦鍾(박찬종)고문이 제일 열심인 것 같더라』고 말해 잠시 참석자들을 긴장시켰다.
이에 박고문이 『李漢東(이한동)고문이 제일 바쁘다. 고문단회의에도 안왔다』고 말을 받자 이고문은 『누가 누구 얘기를 하느냐. 딱 한번 안갔다』고 응수했다.
이어 김대통령이 식사 직전 『金德龍(김덕룡) 崔秉烈(최병렬)의원과 李仁濟(이인제)지사는 고문이 아니죠』라고 화제를 바꾸자 이지사는 『고문이 아니기 때문에 「고문(拷問)」을 당하지 않는다』고 답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에 김대통령이 『고문은 안하는 게 좋다. 고문을 하면 마치 원로같다』고 다시 말을 받자 이한동고문은 『고문하다가 만세삼창하면 끝난다』고 농담으로 응대했다.
○…식사가 끝난 뒤 12시반부터 재개된 대화는 초미의 관심사인 이대표의 거취 문제로 논의가 옮겨졌으나 결국 이대표가 자발적으로 거취를 결정하는 선에서 일단 얘기를 마무리지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경선의 기점(起點)은 경선관리위의 발족시점(6월2일)이 아니라 후보등록 때』라고 밝혀 청와대와 이대표간에 「후보등록후 대표사퇴」에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관측을 낳았다.
한편 이한동고문은 「대선자금 국정조사론」에 대해 해명한 뒤 회동 후 다시 尹汝雋(윤여준)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야당주장을 받아들인 게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판단으로 주장했던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이날 청와대 의전수석실측은 좌석배치를 놓고 고민했으나 「현직대표―직전대표―전직총리―전직대표」의 원칙으로 좌석을 배치한 뒤 나머지 주자들은 연령순으로 자리를 마련했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