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경선구도/청와대 회동 스케치]뼈있는 농담들 건네

  • 입력 1997년 5월 29일 19시 56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주자들간의 29일 오찬회동은 1시간15분 가량 계속됐다. 이날 회동에서는 대선자금 파문과 李會昌(이회창)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참석자들간에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분위기는 「집안식구」끼리의 모임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낮 12시 오찬회동이 시작되자 김대통령은 『오늘은 칼국수 대신 기운을 내라고 꼬리곰탕을 준비했으니 영양보충을 하라』며 농담을 건넨 뒤 『朴燦鍾(박찬종)고문이 제일 열심인 것 같더라』고 말해 잠시 참석자들을 긴장시켰다. 이에 박고문이 『李漢東(이한동)고문이 제일 바쁘다. 고문단회의에도 안왔다』고 말을 받자 이고문은 『누가 누구 얘기를 하느냐. 딱 한번 안갔다』고 응수했다. 이어 김대통령이 식사 직전 『金德龍(김덕룡) 崔秉烈(최병렬)의원과 李仁濟(이인제)지사는 고문이 아니죠』라고 화제를 바꾸자 이지사는 『고문이 아니기 때문에 「고문(拷問)」을 당하지 않는다』고 답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에 김대통령이 『고문은 안하는 게 좋다. 고문을 하면 마치 원로같다』고 다시 말을 받자 이한동고문은 『고문하다가 만세삼창하면 끝난다』고 농담으로 응대했다. ○…식사가 끝난 뒤 12시반부터 재개된 대화는 초미의 관심사인 이대표의 거취 문제로 논의가 옮겨졌으나 결국 이대표가 자발적으로 거취를 결정하는 선에서 일단 얘기를 마무리지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경선의 기점(起點)은 경선관리위의 발족시점(6월2일)이 아니라 후보등록 때』라고 밝혀 청와대와 이대표간에 「후보등록후 대표사퇴」에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관측을 낳았다. 한편 이한동고문은 「대선자금 국정조사론」에 대해 해명한 뒤 회동 후 다시 尹汝雋(윤여준)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야당주장을 받아들인 게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판단으로 주장했던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이날 청와대 의전수석실측은 좌석배치를 놓고 고민했으나 「현직대표―직전대표―전직총리―전직대표」의 원칙으로 좌석을 배치한 뒤 나머지 주자들은 연령순으로 자리를 마련했다. 〈이동관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