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우여곡절 끝에 개최된 신한국당 전국위원회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40분만에 별다른 「사건 사고」없이 막을 내렸다. 李會昌(이회창)대표 진영과 「반(反) 이대표」 진영의 갈등이 회의 직전 열린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그런대로 조율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의 겉모습은 순조로웠으나 경선주자들은 무겁고 심각한 표정을 감추지 못해 앞으로 갈 길이 멀고 험난함을 예고해주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전국위 회의에서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과 朴鍾雄(박종웅)기조위원장은 당헌당규개정 경과보고와 안건상정 등을 통해 『가장 민주적이고 공정한 경선으로 대통령후보를 선출,정권창출을 반드시 이룩하자』며 단합을 강조했다.
이어 박총장이 대통령후보 등록요건을 당초 「8개 시도이상 대의원 50∼1백명 추천」에서 「3개 시도이상 대의원 50∼1백명 추천」으로 수정할 것을 제안,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변경된 탓인지 일부 대의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당초 예정됐던 「공정경선을 다짐하는 경선주자들의 서명식」은 비주류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경선주자들의 사퇴요구를 의식한 듯 『경선을 앞두고 표출되는 여러 의견들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며 미래를 주도할 정치역량을 심화시키고 정권을 재창출하는 노력으로 승화돼야 한다』며 『당내 경선에서 민주적이고 공정한 페어플레이로 당의 화합과 결속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열린 당직자회의에서 이대표는 공정경선을 재차 강조하면서 李允盛(이윤성)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전국위원회에서 대통령 후보선출을 위한 당헌을 확정하고 「민주」 「공정」 「승복」의 대원칙에 입각, 정당사상 최초의 완전자유경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다진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대표의 사퇴를 줄기차게 촉구해온 「반 이대표」측 경선주자들의 대리인들은 전국위 회의에 앞서 모임을 갖고 전국위 회의에서 이대표의 사퇴문제 거론 여부를 논의하는 등 한때 긴박감이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대리인들은 『대선예비주자들이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충분히 논의됐으며 이대표와 경선주자들이 조만간 만나기로 했는데 이 문제를 전국위에서 또다시 거론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며 의사진행 발언을 하지 않기로 입장을 바꿨다.
○…한편 청와대 오찬회동을 마친 대선예비주자들이 행사장인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 도착하자 주변에는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등 정작 회의 자체보다 회의장 바깥의 「장외(場外)」 분위기가 더욱 뜨거웠다.
朴燦鍾(박찬종)고문은 청와대 회동결과를 간략히 설명하면서 『이대표와 경선주자들이 조만간 만나기로 했으니 지켜보자』고 말했고 李洪九(이홍구)고문과 崔秉烈(최병렬)의원은 『이대표가 논의해 보자고 했으니 잘 될 것』이라면서도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이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용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