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가 대선자금 공개거부 파동 등 최근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 비서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비치고 있다.
발단은 지난 23일 이대표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주례보고를 한 뒤 「대선자금 공개불가」입장을 전격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야권의 반발과 비난여론이 상상외로 거세지자 청와대 일각에서 『이대표가 김대통령의 발언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말이 흘러나왔기 때문.
당시 중국을 방문중이던 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 말도 안되는 소리다』며 언성을 높이는 등 몹시 흥분했다.
그러나 이대표는 28일 주례보고를 마친 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김대통령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만 언급할 수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는 『청와대에 갔다온 뒤 내가 입만 열면 말을 꾸며서 했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주례보고에 관해서는) 입을 닫아야 할 것 같다』며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다.
이대표는 『청와대 비서진이 누구는 이 말을 하고, 다른 사람은 저말을 해 어지러울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대표가 일부 청와대 비서진을 껄끄럽게 생각하는 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청와대 일부 수석비서관들이 이대표의 유력한 경쟁자중 한명인 李壽成(이수성)고문과 가깝다는 설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대표측은 지난 92년 민자당 경선과정에서 당시 일부 수석들이 김영삼대표최고위원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김대표최고위원이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사실을 의식하고 있는 눈치다.
지금도 일부 수석들이 이고문이 유리한 방향으로 「김심(金心·김대통령의 의중)」을 움직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청와대관계자들은 『이대표측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수석비서관들 중에 누구에게도 줄을 선 사람은 없다』며 『이대표가 대선자금 고백론을 꺼내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대표와 청와대 비서진의 껄끄러운 관계는 앞으로 경선국면에서도 큰 변수가 될 수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