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담화전후 스케치]『이 무슨 불길한 조짐…』

  • 입력 1997년 5월 30일 19시 59분


▼ 오전 9시 ▼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7.21」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간 신한국당은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 건물 전면에 가로 8m, 세로 12m의 대형 걸개그림을 내걸었다. 「7월21일, 한국정치 새출발의 날」이라는 구호와 윗옷을 벗은 청년이 태극문양의 대형북을 두드리는 모습이 걸개그림의 내용. 그러나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있기 직전인 오전9시경 당직자 30여명이 당사 현관앞에 나와 걸개그림의 제막식을 하는 순간 불상사가 벌어졌다. 李會昌(이회창)대표 등 당직자들이 걸개그림을 가리고 있던 흰 천을 벗기기 위해 천에 연결된 줄을 일제히 잡아당겼으나 흰 천의 가운데쪽을 고정하고 있던 줄이 풀리지 않았다. 이대표 등 당직자들은 두어번 더 줄을 잡아당겨도 천이 벗겨지지 않자 머쓱한 표정을 지었고 주변에선 『이게 무슨 불길한 징조야』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결국 걸개그림은 한 당직자가 억지로 천을 벗겨냄으로써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훈기자〉 ▼ 10시 55분 ▼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TV와 라디오 생중계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직후인 30일 오전 10시55분경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청와대 경내에 「꽝」하는 뇌성과 함께 벼락이 떨어져 소방차 2대가 출동하는 등 한동안 소동이 벌어졌다. 낙뢰(落雷)지점은 비서실에서 10여m 떨어진 도로변으로 벼락이 떨어진 직후 비서실 일대에 매캐한 냄새와 함께 10여분간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 비서실 직원들이 원인을 모른 채 한동안 우왕좌왕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청와대 직원들이 즉각 조사를 벌인 결과 일부 군사시설물에 벼락이 떨어진 사고로 밝혀졌다. 청와대측은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군사기밀상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대국민담화에 대한 반응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있는 마당에 벼락이 내리치는 바람에 간이 철렁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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