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30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담화가 별로 기대할 게 없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에도 훨씬 못미친다며 곳곳에서 하야론을 거론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 『김대통령의 목소리와 태도, 담화내용이 너무 도전적이고 당돌해서 깜짝 놀랐다』며 『특히 「중대결심」 운운하며 협박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삼성항공(경남 사천)을 둘러본 뒤 경상대(경남 진주)강연을 위해 지방에 내려가 있던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도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알리려는 의사도, 책임도, 반성도 없는 처사』라며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고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야권은 김대통령이 구체적인 대선자금내용은 공개하지 않더라도 진솔한 사과는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중대결심」을 언급하며 공격적인 태도로 나오자 「너무도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이번 담화를 5공 때의 「4.13호헌조치」나 김대통령의 올 연두기자회견과 견주며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이날 열린 국민회의 지도위에서는 『8월말, 9월초까지 김대통령을 퇴진시켜야 한다』(蔡映錫·채영석의원), 『분쟁의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鄭大哲·정대철부총재)이라는 등의 극렬한 성토와 규탄이 이어졌다. 김대통령에 대한 하야요구를 더 이상 「금기」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자민련의 공식논평은 더 강해 『정권퇴진투쟁의 전개여부를 심각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姜仁燮(강인섭)청와대정무수석의 창당2주년 축하예방도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렸다. 민주당은 아예 공식당론으로 김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야권의 이같은 반응으로 볼 때 당분간은 강성기조가 계속될 것이 확실시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당장 내놓은 대응카드는 임시국회소집과 특검제도입 국정조사권발동을 통한 김대통령의 청문회출석요구 등이다.
그러나 양당총재가 이날 여러차례 『국민여론을 보겠다』고 말한 대로 그 이후의 대응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다. 정권퇴진운동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오히려 여론의 급격한 악화와 그에 따른 「3김동반퇴진」요구를 경계하는 눈치다. 따라서 야권은 한동안 여론의 추이를 보아가며 일단 정권퇴진운동은 제외한 채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 대여공조투쟁에 나설 전망이다.
〈최영묵·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