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30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치개혁이 정치권의 근시안적인 당리당략으로 좌초된다면 불가피하게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힘에 따라 여야가 대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신한국당은 야당의 대선자금을 집중적으로 문제삼고 나서 「중대결심」이 「맞불놓기」임을 시사했고 국민회의 자민련 민주당 등 야3당은 「적반하장(賊反荷杖)격인 협박」이라고 반발하면서 일제히 김대통령의 퇴진과 하야를 거론했다.
신한국당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은 김대통령의 「중대결심」 발언과 관련, 『야당이 선거전략에 따라 대선자금공세를 계속한다면 우리도 야당대선자금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야당의 대선자금에 대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회의 김총재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김대통령의 태도가 너무 뜻밖이라서 정국수습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이제 대통령과 전면전을 선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우리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도 경남 사천의 삼성항공을 시찰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런 담화로는 실추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강력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당은 오는 6월2일 「8인독재투쟁공동위」회의를 열어 양당총재회담과 합동의총을 개최키로 하는 한편 임시국회소집과 특검제도입, 국정조사권발동, 김대통령의 청문회출석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김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TV와 라디오로 전국에 생중계된 「정치개혁에 관해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담화를 통해 92년 대선자금과 관련, 『언제라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결코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어 『과거 잘못된 선거풍토를 혁신하기 위한 국가적 과제인 정치개혁이 정치권의 근시안적 당리당략으로 좌초된다면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선거당시의 숨가쁜 상황에서 사용한 모든 자금의 총규모나 내용을 5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 와서 가려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대선자금의 규모와 내용을 밝힐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은 이와 관련, 『92년 대선당시 우리나라의 정당운영과 선거운동 관행에 비추어 정당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러한 사정은 야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여야(與野)공동책임론을 제기했다.
〈임채청·이동관·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