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재정/北 어린이에 비타민 보내자

  • 입력 1997년 5월 31일 07시 56분


많은 북한 동포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 상태라고 하니 그에 따른 질병이 우려된다. 영양실조로 인한 건강장애로는 마라스무스(소모증) 카시오커(단백질영양실조) 펠라그라 등의 질병이 있다. 마라스무스는 아프리카 르완다의 수용소 어린이들처럼 아무것도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하고 복부가 팽창돼 죽을 날만 기다리게 되는 질병이다. 카시오커란 탄수화물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량이 공급되지만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 기력이 없고 무표정하며 머리카락이 노랗거나 빨갛게 변하는 질병이다. 이같은 질병은 영양실조가 주된 원인이며 특히 어린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옥수수를 주식으로 할 때 우려되는 질병이 펠라그라다. 탄수화물 공급은 문제되지 않지만 옥수수를 영양분으로 전환시킬 때 필요한 나이아신이라는 비타민이 부족해 생기는 질병으로 의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이 질병은 △성격의 변화 △기억의 장애 △정신혼돈 등의 치매 △햇빛에 노출되는 얼굴 팔 다리 등 피부의 염증 △만성적인 설사 등의 증상을 주로 동반한다. 들리는 얘기로는 10여년 전 북한에서도 펠라그라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여러 단체들이 옥수수를 모아 보내고 있다. 북한도 식량난을 효과적으로 덜기 위해 값이 싼 옥수수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북한에는 펠라그라가 만연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어린이들은 더하다. 옥수수만 먹게 되면 펠라그라와 만성적인 설사로 심각한 영양실조에 빠져 성장이 저해된다. 어른들에 비해 면역성이 떨어지므로 결국 생명이 위태롭게 된다. 다행히 살아남는다 해도 심각한 후유증으로 정신적 육체적 불구를 면하기 힘들다. 그래서야 훗날 어찌 통일한국의 역군으로 참여하기를 바라겠는가. 북한주민, 특히 어린이들의 건강장애를 예방하자는 뜻에서 서울시의사회는 종합비타민제 10만정을 확보해 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의약품을 북한에 보내는 문제는 정부 당국과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종합비타민제의 추가확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북한이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어린이들에게 고기 달걀 우유 등 고단위 단백질 식품을 제공하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최선의 방법은 종합비타민을 공급하는 일이다. 정부 당국은 서울시의사회가 확보해 놓은 종합비타민제를 북한에 보낼 수 있는 길을 하루 속히 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재정<서울시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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