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위원과 다른 대선주자들은 31일 대선주자 회동에 참석하는 명분부터 달랐다. 이대표측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30일 담화에서 강조한 정치개혁을 위한 「당 차원의 후속조치 마련」을 위해서라고 밝혔고 반(反)이대표진영에서는 「대표직 사퇴문제 논의」를 위해 만난 자리라고 주장, 모임전부터 파란을 예고했다.
○…이대표측은 『29일 청와대 회동에서 이대표가 「30일 총재가 담화를 발표하면 당에서 후속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한 직후 李洪九(이홍구)고문이 「대표가 경선후보를 소집해 달라」고 요청해서 만들어진 자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이대표진영에서는 『삼척동자도 웃을 궤변이다. 그날 李壽成(이수성)고문이 「우리끼리 모여서 얘기하자」고 한 뒤 이홍구고문이 대표에게 소집요구를 해서 만들어진 모임』이라고 맞섰다.
당의 한 관계자는 『어제 김대통령 담화의 제목도 「정치개혁에 관해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어서 대선자금문제를 주제로 생각했던 국민과 괴리가 있었다』며 『오늘 모임의 간판도 입장에 따라 다르니 문제』라며 실소(失笑)했다.
○…이날 이대표에 대한 반이대표진영 주자의 공세는 「강(强)」 「온(穩)」 「약(弱)」의 세갈래로 나뉘어 눈길을 끌었다.
李漢東(이한동) 朴燦鍾(박찬종)고문과 崔秉烈(최병렬)의원은 29일 청와대 회동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대표의 6월초 사퇴는 경선 공정성 유지의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金德龍(김덕룡)의원 이홍구고문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는 『대표가 알아서 판단하기 바란다』고 톤을 낮췄으나 내심 자진 사퇴하기를 바라는 눈치.
○…이대표는 이날도 『대표직 사퇴 문제는 내게 맡겨달라』는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한 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나의 사퇴 문제가 아니라 총재의 정치개혁 의지를 어떻게 당차원에서 뒷받침하느냐는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
그러나 이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언론이 이대표의 「6월말 사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만의 하나 이대표가 경선등록 시점인 6월말에 사퇴한다해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밀려서 사퇴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려면 다른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 같다』고 말해 대표직 사퇴와 관련한 모종의 구상이 있음을 시사.
○…이에 앞서 이대표측과 반이대표진영에서는 30일 저녁과 31일 오전 내부회의를 갖거나 전화연락 등을 통해 이번 회동에 대한 대책을 협의.
이대표측은 30일 저녁 측근회의를 열고 『대선주자 회동에서 다른 주자들의 얘기를 충분히 듣되 맞대응은 안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결론을 도출.
반이대표진영에서도 사전조율을 통해 「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모두 경선에 불참하자」는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