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김차웅부국장대우 정치부장]
―신한국당은 지금 너도 나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여당이 민주화됐다는 실증적 징표라고도 할 수 있다. 과거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 아닌가』
―현 시점에서 요구되는 대통령의 자격과 덕목은….
『우리가 처한 국가적인 어려움과 원인을 냉철히 직시하면 자연스럽게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상이 도출된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기본적으로 정권담당세력의 국가경영능력과 위기관리능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불신을 넘어 정치혐오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정권담당세력의 도덕성 붕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차기대통령에게는 경륜과 도덕성을 갖추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한총련이 무고한 시민을 프락치라며 때려 숨지게까지 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불행한 일이다.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다. 폭행가늄첫科 대한 엄중처벌은 물론 배후조종세력도 철저히 가려내 처벌해야 한다. 아울러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에 대한 계도와 보호에도 힘써야 한다』
―한총련사태는 정치권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는데….
『黃長燁(황장엽)전북한노동당비서는 논문에서 남한의 학생운동 뒤에 북한 공작세력의 조종이 있다고 했다. 정경유착과 돈정치에 의한 정치권의 부정부패가 학원소요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보수관을 피력한다면….
『한국의 보수주의는 건국의 밑거름이었고 6.25때 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잿더미에서 나라를 일으킨 원동력이었다. 21세기의 우리 민족이 지상목표인 선진화와 통일을 위해서도 보수세력이 중추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신한국당의 대표기용이 거의 확실시되다가 막판에 뒤집혔는데 그 내막을 공개할 수 있는가.
『국가원수와 단둘이 만나 한 얘기는 공개하지 않는 게 도리다. 다만 모든 것이 거의 확정됐다가 갑자기 바뀐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李會昌(이회창)대표의 대표직사퇴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직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취지일 뿐이다. 다른 대선예비주자들의 생각도 나와 같다. 애당초 대선예비주자가 대표를 맡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바로 이대표였다』
―신한국당의 경선구도도 차츰 지역대결양상을 띠고 있고 이고문이 「중부권 대표주자」로 자처하고 있는 것도 지역색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내 스스로 「중부권 대표주자」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다만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는 갈등의 주당사자인 영호남 사람들이 아니라 중부권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는 「중부권 역할론」을 주장했을 뿐이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경선과정에서 엄정중립을 지킬 것으로 보는가. 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가.
『당원정서나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김대통령이 엄정중립을 지키는 것이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대통령이 중립을 지킬 것으로 본다』
―줄곧 집권당에 몸담아온 5선의원으로 그동안 돈과 관련한 구설수에 별로 오른 적이 없는데, 지금 경선준비에 드는 정치자금은 어떻게 조달하고 있는가.
『13대국회 이후 후원회가 생기면서 후원금과 세비 변호사고문료로 어렵게 꾸려가고 있다』
―이고문이 주장하는 「권력분산론」은 궁극적으로 내각제와 맥이 닿는 측면이 있다. 내각제개헌에 찬성하는가.
『내 주장은 당장 개헌은 어려우므로 우선 우리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를 활용, 권력분산 효과를 거두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에게 실질적인 각료임명제청권을 부여하면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내각제로 갈 것이냐, 아니면 대통령제를 손질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통령이 되고 나서 권력분산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사실 이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대통령 의지에 달려있다』
―경선과정에서 누구와 손잡을 가능성이 가장 큰가.
『(웃으면서 「전략인데…」하며 한참 머뭇거리다) 이런 저런 가능성이 있다. 金德龍(김덕룡)의원과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는 고교(경복고)후배다. 李壽成(이수성)고문과 崔秉烈(최병렬)의원은 대학(서울대법대)후배다. 朴燦鍾(박찬종)고문과도 검사생활을 같이해 가까운 사이다. 전당대회 1차투표를 전후해 합종연횡(合縱連衡)구도가 드러날 것이다』
―金鍾泌(김종필)총재와의 제휴설도 나오고 있는데….
『아직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 다만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고문은 「일각에서는 내가 김총재와 朴泰俊(박태준)전포항제철회장 두 분과 손잡으면 보수세력 결집으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김대통령이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다. 남은 임기 동안 국정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나는 지난달 29일 대선예비주자들의 청와대회동 때에도 김대통령께 「국정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어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들까지 구속된 마당에 뭐를 주저하고 계십니까」라며 김대통령이 다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국정의 중심에 설 것을 건의했다. 야당에선 하야 운운하지만 이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아직도 미결상태인 92년 대선자금문제는 또 한 차례 불행한 역사의 반복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언제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동안 당의 입장은 해명―고백―공개거부로 엎치락뒤치락했다. 해명으로는 국민여론을 진정하기 어렵고 고백할 경우엔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료가 없어 공개를 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그래서 내가 국정조사를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당총재인 김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입장이 곧 당론이므로 당원으로서 승복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당의 당3역을 두루 역임하고 입법 사법 행정 등 3부와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3륜을 모두 거친 화려한 경력에도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이유는….
『그동안 많은 일을 했으면서도 나를 알리는 세일즈에 무관심했다. 그리고 공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나는 항상 뒷전에 물러섰다. 특히 지난 90년 3당합당후엔 한동안 정치적으로 소외됐었다』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정치에는 연습이 없다. 따라서 신중할수록 좋다. 그러나 신중과 우유부단은 다르다. 나는 냉철히 판단한 뒤 결단을 내렸고 일단 결단을 내리면 이를 관철하기 위해 주저없이 행동해왔다』
―「정치아마추어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한 것은 기능적인 차원에서 한 말인가, 검증차원에서 한 말인가.
『복합적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서 모든 분야의 리더에게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참신성 하나만으로는 다원화된 사회의 위기와 도전을 헤쳐나가기 힘들다. 국가경영엔 무엇보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경륜이 필요하다』
―이고문은 전두환 노태우대통령 시절 당정요직을 두루 거쳤다. 전,노씨 사면에 대한 입장은….
『형이 확정된지 얼마 안돼 사면을 거론하기가 적절치 않으나 긴 안목에서 국가원수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두 분의 정치적 공과를 냉정히 가린 뒤 미래지향적인 화합차원에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정리〓임채청·사진〓김동주기자〉
▼ 이한동고문 약력 ▼
△경기도 포천(63) △경복고 △서울대법대 졸 △고시 10회 △서울지법 판사 △서울지검 부장 △11∼15대 5선의원 △민정당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원내총무(민자당 원내총무 포함 세번 역임) △내무부장관 △국회부의장 △신한국당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