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가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92년 대선자금문제와 관련, 『정치적인 논의와 사법적인 논의는 다르다』고 밝힌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이대표의 내심(內心)을 드러내 보여준 것이다.
이대표로서는 특히 그동안 원칙과 「현실」을 넘나드는 듯한 인상을 줘 국민들 눈에 다소 혼란스럽게 비쳤던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사법처리 별개론」으로 간명하게 정리한 셈이다.
즉 이대표가 『자료가 없어 92년 대선자금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정치현실을 고려한 것이고, 「사법처리 별개론」은 「법대로」라는 원칙을 견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대표는 이처럼 정치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원칙을 지킬 수 있는 명분을 찾았으나 「사법처리 별개론」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단순치 않아 정치권에 파문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사법처리 별개론」은 무엇보다도 92년 대선자금문제가 결코 매듭지어진 것이 아니라 「일단 보류」된 것임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92년 대선자금문제의 불길은 언제든지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법처리 별개론」은 나아가 92년 대선자금문제와 관련한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해당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론 金泳三(김영삼)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법처리 별개론」은 검찰의 독자적인 논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맹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金賢哲(김현철)비자금」 수사과정에서 거액의 대선자금 잔금이 드러남에 따라 언젠가는 대선자금의 「몸체」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까지 고려한 주장일 수도 있다.
이대표는 그러나 『대선자금문제로 다른 것을 팽개쳐서는 안된다. 국민생활 안정에 정치력을 쏟아야 한다』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기엔 대선정국에서 92년 대선자금 논란은 여권에 이롭지 않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김대통령의 임기마무리 및 자신과 김대통령의 관계도 의식했을 것이 틀림없다.
이대표는 92년 대선자금문제가 차기정권에서 재론될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단언할 수 없다』며 답변을 유보했으나 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시점을 차기정권 출범이후로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