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진전이 없는 정치개혁협상을 위해 내주중 「정치개혁자문위」의 구성을 신한국당에 제의할 것을 검토중이다. 갑자기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같은 움직임의 이면에는 여권이 정치개혁과 관련,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심이 작용하고 있다.
즉 야권은 신한국당이 고비용정치구조개혁을 위한 협상에 나서지 않는 대신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여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치개혁을 주도할지도 모른다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최근 야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음모론」이다.
이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중대결심」과 맞물려 야권내에서는 그럴 듯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정치개혁자문위」를 구성하자는 요구는 이같은 「음모」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공격용이다. 「음모론」에 대한 의심은 자민련보다는 국민회의가 더 심해 자문위구성도 국민회의가 더 적극적이다.
야권이 구상하고 있는 자문위는 여야는 물론 학계 선관위 시민단체 등 각계대표들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합의체기구다.
그러나 이 제안은 국민회의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즉 신한국당에 대해 더이상 정치개혁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압력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이 기구에 참여하는 「비정치권」인사들이 국민회의가 지금까지 임시국회소집의 전제조건으로 주장해온 대선자금문제와 여야동수의 특위구성을 철회하도록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완전한 의견일치를 본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제안이 어떻게 진전될지는 내주에나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자민련 李廷武(이정무)총무는 14일 『개인적으로 자문위구성에 별 관심이 없다. 간부회의에서 논의해 보겠다』며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때문에 14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국민회의 朴相千(박상천)총무와의 야당총무회담도 내주로 연기됐다.
대선자금이나 정치개혁문제에 있어 국민회의보다 강경자세를 보여온 자민련으로서는 혹시 국민회의로 정국의 주도권이 넘어가지 않을까 경계하며 못마땅해하는 눈치다.
신한국당은 자문위구성에 대해 그동안의 야권주장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朴熺太(박희태)총무는 『여전히 여야동수의 특위구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응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총무는 또 「음모론」에 대해서도 『야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는 것』이라며 『협상부재의 책임을 엉뚱한 곳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