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년간 인구증가와 산업화 도시화로 물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한데 비해 수질오염 등으로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유엔 국제인구행동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1인당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은 55년 2천9백41㎥에서 90년에는 1천4백70㎥로 줄어들어 90년부터 물부족 국가로 분류돼 있다. 수자원공사의 자료도 세계 인구의 40%가 만성적인 물부족에 허덕이고 있으며 21세기에는 세계적인 물기근 현상 때문에 고통받을 것으로 밝히고 있다.
벌써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에 의한 가뭄으로 토지의 사막화가 급속이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에도 농작물 피해와 산업용수의 부족현상이 잦아졌다. 세계 각국은 물을 국가자원으로 집중 관리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도 물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수자원의 안정적인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표면적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 바닷물을 사용 가능한 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海水淡水化)가 안정적 물확보를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에너지로 공급되는 석탄 석유 등 화석원료가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청정에너지인 원자력을 해수담수화의 에너지원으로 이용하자는 논의와 연구가 활발하다.
지난달말 대덕연구단지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 해수담수화 심포지엄」에서도 원자력을 이용한 해수담수화가 앞으로 물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익한 방안의 하나라고 의견을 모았다. 원자력을 이용한 해수담수화는 지구환경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80년대 후반부터 널리 인식되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도 이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해수담수화에 사용될 에너지 공급원으로 중소형 원자로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발전을 포함해 의학 농업 공업 등 여러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돼온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이제 생명의 근원이라 할 물의 안정적 확보로까지 응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제는 편견이나 선입견을 버리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가져다주는 다양한 혜택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원자력을 핵폭탄과 연관시켜 위험한 것으로만 생각하고 평화적 이용마저도 반대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제한된 에너지원과 환경훼손 우려 등 제반 문제를 고려한다면 원자력이야말로 생활의 편익을 더해주는 문명의 이기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만우(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