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회견/北 정책결정]『김정일이 곧 법』

  • 입력 1997년 7월 10일 20시 24분


탈북자 중 최고위급 인사인 전북한노동당비서 黃長燁(황장엽)씨의 회견내용중 북한의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설명이 눈길을 끌었다. 황씨는 조사과정에서 북한체제를 모두 개인독재로 규정하고 북한의 정책결정은 토의 등을 통하기보다는 절대권력자의 독단에 의해 좌지우지돼 왔으며 金日成(김일성)사후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진술했다고 안기부는 밝혔다. 황씨는 이같은 사례의 전형적인 예로 93년초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선언을 들며 사전에 간부간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향후 전쟁을 일으킬 경우에도 북한은 유 불리점에 대한 논의는 거친다고 하더라도 개전시기는 독단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북한의 전쟁지휘체계는 과거 김일성→인민무력부장→ 총정치국장→총참모장 체계로 돼있었으나 김일성 사망 이후에는 지휘계통을 거치지 않고 金正日(김정일)→총참모부 작전국장으로 바로 지시가 내려갈 수 있도록 돼 있어 김정일의 독단적 명령에 의해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것. 북한체제의 이같은 정책결정 과정의 취약성은 김정일의 성격을 감안할 때 한반도에서 전쟁돌발 가능성이 더욱 높음을 우려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김정일은 자신의 비위에 거슬리는 내용을 보고하는 간부를 파직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회의석상에서 어느 누구도 제대로 보고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직언에 가까운 말을 하는 간부라면 당선전선동 담당비서로 김정일의 신임이 두터운 金基南(김기남)정도라는 것이 황씨의 얘기다. 그 직언도 『… 좀 했으면 합니다』는 수준이라는 것. 김정일의 이같은 독단은 김일성과 달리 자신의 독자적인 권위가 부족한데 따른 자격지심으로 인한 것이며 또 그의 성격자체가 포용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 공식적인 정책결정 체계와는 별도로 어떤 기구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가는 철저히 김정일과의 개인관계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군사부문에서 국방위원회는 유명무실한 기구인 반면에 당중앙군사위원회가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며 사회안전부 외교부 등도 편제상 정무원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총리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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