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전이 D―8일로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변수가 많아 섣부른 예측을 불허한다. 전당대회 당일까지도 판세는 극히 유동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종반 변수들을 점검해본다.》
▼숨어있는 표〓최근 신한국당의 전당대회 대의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자가 30∼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신한국당 대의원들은 일반국민들과는 달리 대부분이 「정치유관심층」이라는 점에서 무응답자 중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표는 적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미 지지후보를 정했으면서도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자신의 성향노출을 꺼리는 「숨어있는 표」가 많다는 것이다. 완전하게 익명이 보장되는 전당대회에서 이 「숨어있는 표」들이 뜻밖의 바람을 일으키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1차투표에서 후보결정여부〓신한국당의 경선구도는 한마디로 李會昌(이회창)후보가 대통령후보로 선출되느냐 안되느냐로 요약할 수 있다. 이후보에 대한 대의원지지율은 한동안 30%안팎에서 큰 변동이 없다는 게 당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후보에 대한 대의원지지율의 「팽창계수」.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지구당위원장 중심의 조직력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이후보에 대한 대의원지지율이 전당대회 때까지 50%를 상회할 것인지에는 이후보 진영조차도 회의적이다.
▼결선투표에서 역전가능성〓1차투표에서 1위후보의 득표율, 1위후보와 2위후보의 득표율 격차 및 2위후보가 누구냐 등 세가지 요인에 따라 가능성의 크기가 달라질 것이다. 이들 요인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지만 일단 1위후보의 1차투표 득표율이 40%대를 넘어서면 역전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또한 1위후보와 2위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15%이상 벌어지면 역전이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李仁濟(이인제) 李漢東(이한동) 李壽成(이수성)후보 등 2위권후보의 결선투표시 응집력에 대해서는 각 후보 진영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탈당자 나올까〓모든 후보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지금 경선결과 불복이나 탈당을 얘기하는 것은 사실상 경선포기를 의미하는 자살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선과정에서 일부 후보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너무 깊이 패었다. 높은 대중적 인기도에도 불구하고 대의원지지도는 바닥권인 일부 후보의 「상심(傷心)」도 크다. 여야3당의 대통령후보 중 영남후보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이 영남권 경선후보들을 유혹할 수도 있다.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운 일부 후보들의 경우 「배수진(背水陣)」을 각오할 수도 있다.
▼후보간 연대 가능성〓이한동후보와 이수성후보간의 인간적 신뢰가 가장 돈독한 편이어서 「연대 1순위」로 꼽힌다. 이인제지사와 金德龍(김덕룡)의원도 여러 모로 연이 얽혀 있는데다 정치성향이 비슷해 연대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후보간 연대가 인간적 신뢰나 정치성향에 의해서만 성사되지는 않을 것이다. 경선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열세를 확인한 후보들은 향후 정치적 입지 등 실리를 보다 중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그럴 경우 예상외의 후보간 연대가 성사될 수도 있다.
▼17일이 고비다〓17일은 숨가쁘게 진행중인 합동연설회가 하루 쉬는 날. 그때까지는 서울과 경남지역을 제외한 13개 시도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합동연설회를 마쳐 판세가 거의 분명하게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열세가 확연하게 드러난 일부 후보들이 그때를 전후해 자신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릴 공산이 크다.
▼민주계의 행로와 「김심」〓민주계는 이미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의 와해로 각자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민주계가 결선투표에서는 특정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을까. 이 또한 결선투표에 오른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엄정중립」 천명에도 불구하고 민주계의 마음을 잡기 위한 「김심(金心)」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