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경선 서울연설회]朴후보 사퇴 선언하자 박수 터져

  • 입력 1997년 7월 19일 20시 14분


신한국당 경선후보들은 19일 서울 올림픽공원내 펜싱경기장에서 서울지역 대의원 중앙당당직자 직능대표 등 5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마지막 합동연설회를 갖고 「한 표」를 호소했다. 이날 마지막 연설자로 나선 朴燦鍾(박찬종)후보가 「경선포기」를 선언, 파란이 일었다. ○…이날 연설회에 앞서 대기실에서 만난 7인 경선후보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다. 먼저 도착한 李壽成(이수성)후보는 좀 피곤한 기색으로 눈을 지그시 감고 뭔가를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李會昌(이회창)후보는 겉옷을 벗고 부채를 부치며 참석한 대의원수에 관심을 표명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李漢東(이한동) 金德龍(김덕룡) 崔秉烈(최병렬)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가벼운 인사말만 나누었으며 가장 늦게 도착한 박찬종후보의 표정은 다소 어두웠다. ○…가장 먼저 등단한 이한동후보는 『야당의 공조를 이기기 위해서는 망국적인 지역감정으로 맞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안정세력을 결집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토사구팽(토死狗烹)」이라는 단어를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며 민정계의 소외감정을 넌지시 자극했다. 이수성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원고를 모두 외워 연설하는 걸 보니 부럽다』고 좌중을 웃긴 뒤 『오늘 어떤 사람들이 「이수성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편하긴 할 텐데…. 좀 약하지 않을까」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었다』며 「편한 대통령론」을 강조했다. ○…경선 막바지에 접어들어서도 이회창후보가 「압도적 1위」를 고수하자 「반(反)이회창」진영의 후보들은 연대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대리인 접촉을 시도. 연설시작전 이한동후보측의 玄敬大(현경대), 김덕룡후보측의 李信範(이신범)의원은 마지막에 연설하는 박찬종후보가 이회창후보를 지지하고 경선포기선언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긴급 접촉을 갖고 연설회 직후 이한동 김덕룡 박찬종의 「3인 연대」담판을 주선하기도. 현의원은 박후보 사퇴문제와 관련, 『그럴 리가 있겠느냐.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으나 박후보는 결국 연설도중 경선사퇴를 선언. ○…이에 앞서 박후보는 연단에 앉아 연설순서를 기다리다가 측근으로부터 메모쪽지를 받고 황급히 대기실로 들어가 徐勳(서훈)의원 安相洙(안상수)위원장 등과 협의를 하는 등 긴박한 상황을 연출. 이들 측근들은 대기실에서 나오면서 『무엇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박후보의 연설내용을 들어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짤막하게 답변, 「경선포기」를 암시. ○…이수성후보연설 도중 이미 연설을 마친 李仁濟(이인제)후보가 김덕룡후보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나눠 사진기자들의 플래시세례를 받기도. 이들은 유세장 밖으로 나가 귀빈실에서 이한동후보를 만나는 것이 목격돼 연대와 관련, 밀담을 나누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마지막 연사로 나선 박찬종후보가 연설말미에 비장감어린 어조로 경선사퇴를 선언하자 장내는 일순 긴장감이 감돌며 「와」하고 박수와 탄성이 일면서 소란. 그는 이어 『나는 여러분들의 기억의 한 귀퉁이에 남았으면 한다』며 『지난 총선에서 했던대로 이번 대선에서도 당과 나라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혀 큰 박수를 얻기도. 박후보가 연설을 끝내자 李萬燮(이만섭)대표서리와 다른 후보들은 걱정어린 표정으로 악수를 건넸으나 박후보는 오히려 담담한 표정. 연설회가 끝나자 수십명의 지지자들이 박후보를 에워싸고 뒤따라가며 「박찬종」을 연호하는 등 유세장은 아수라장. 〈윤정국·김창혁·이원재·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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