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경선후유증이 생각보다 심각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아직은 당이 깨질 것이라는 위기의식까지는 감지되지 않고 있으나 그에 버금가는 갈등상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느냐는 우려들이다.
씨앗은 물론 경선과정에서 뿌려졌다.
李會昌(이회창)전 대표의 대표직 사퇴문제를 둘러싸고 촉발된 후보간 갈등은 △지구당 위원장 「세몰이」 △흑색선전 시비 △이회창후보의 「금품살포설」을 거치면서 증폭 일로를 걸었다. 비교적 후보간 갈등의 「외곽지대」에 서있던 崔秉烈(최병렬)후보마저도 전당대회 하루 전날인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골이 너무 깊어져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다.
우선 이회창후보의 금품살포설은 朴燦鍾(박찬종)후보의 사퇴로 소멸된 게 아니다. 그동안 원론적인 언급으로 시종해온 李仁濟(이인제)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박고문이 제기한 금품살포설의 진상은 전당대회 당일에라도 밝혀져야 하며 경선 이후에라도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보가 「투쟁」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이례적이다.
「금품살포설」의 진상규명문제는 경우에 따라 박찬종 이인제 李壽成(이수성) 李漢東(이한동)후보가 경선결과 불복 등 「딴 맘」을 먹는데 필요한 명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몇가지 명분과 의혹이 덧붙여질 지도 모른다. 예컨대 「이회창 본선 필패론(必敗論)」이나 「박찬종 사퇴 외압설」같은 것들이다. 이수성후보는 최근 측근들에게 『이회창씨가 후보가 되면 신한국당이 본선에서 이길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정계 재편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非)영남출신인 이회창후보가 신한국당 후보가 될 경우 본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영남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많고 특히 선거구도가 이회창―金大中(김대중)―金鍾泌(김종필)후보의 삼자 구도가 될 경우 정권교체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불투명한 재집권 전망은 정국상황을 유동적으로 만들기 쉽고 급기야 「새판짜기」의 유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등장하고 있다.
박찬종후보가 19일 전격사퇴한 직후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한 「사퇴 외압설」도 경선후 신한국당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여권핵심부가 막판들어 「이회창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고 「금품살포설」로 인한 경선후유증을 차단하기 위해 막후에서 박후보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 파장은 예측키 어렵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일각에서 최근들어 당총재인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총재직 이양시기를 당초 검토하던 8월말∼9월초보다 더 늦춰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배경도 바로 탈당 등 경선후유증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