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이번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경선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집권 여당도 자유경선을 할 수 있다」 「대의원 직접 민주주의의 싹을 틔웠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많은 부작용도 드러냈다」 「집권당에서 다시는 이런 저질 경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함께 받고 있다.
누구나 이번 경선은 집권자가 「후계자」를 사실상 지명했던 과거 여당의 경선절차에 비하면 획기적인 진전을 보인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경선득표활동이 전개된 지난 23일간은 자유경선을 뒤흔들 수 있는 갖가지 시비와 파동의 연속이었다.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의 특정후보 지지 움직임에 한때 李會昌(이회창)후보측이 반발하는 등 이른바 「김심」의 「중립」여부를 놓고 끊임없이 시비가 계속됐다.
결국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지시로 정발협이 사실상 활동을 중단하고 徐淸源(서청원)간사장이 전격 사퇴함으로써 「김심 시비」는 잦아들었다.
김대통령은 또 姜仁燮(강인섭)전정무수석이 李壽成(이수성)후보를 겨냥한 발언이 물의를 빚자 강수석을 전격 경질시켜야 했다. 「김심〓중립」이라는 등식을 보여주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위원장은 물론,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줄세우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후보들간의 정책대결이 「공염불」에 그친 것도 문제로 남는다. 각 진영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노골적 지지표명이나 대세몰이로 대의원들의 자유의사를 압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당심(黨心)에서 열세를 보인 朴燦鍾(박찬종)후보 등이 경선기간중 끊임없이 불공정 시비를 제기해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경선 초반부터 후보들간에 조성된 과열혼탁상도 경선을 얼룩지게 했다. 금품살포설 괴문서유포 흑색선전 등은 경선후유증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지경으로 만들었다. 특히 박후보가 제기한 이회창후보측의 금품살포설과 대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줄세우기 등은 경선 막바지까지 쟁점으로 등장했다.
「이수성가계 특성」이라는 괴문서와 경선 막바지에 李仁濟(이인제)후보를 겨냥한 비방유인물이 대량 살포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더욱 큰 문제는 선거때마다 되살아나는 지역주의의 망령이 이번 당내 경선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는 점이다. 각 후보들은 입으로는 한결같이 「지역주의 청산」을 외치면서도 막상 합동연설회에서는 지역주의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한솥밥을 먹는 후보들끼리의 진흙밭 싸움은 국민 불신을 가중시켰고 당의 중심을 흔들리게 함으로써 과연 본선인 대통령선거를 안중에 두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비관론까지 나돌았다.
각 후보들이 합동연설회를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장으로 만들지 않고 대의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지엽적인 지역개발 공약을 남발한 것도 비판받아야 할 대목이었다. 또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朴正熙(박정희) 예찬론」을 펴다가 부산 경남지역에서는 「김대통령 연고론」을 내세우는 등 후보들의 무정견한 말바꾸기도 당내경선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했다.
이같은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신한국당은 이번 경선으로 한보사건이후 벼랑끝에 몰린 상황을 어느 정도 반전시키는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경선은 여당 사상 초유의 「완전자유경선」을 실현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최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