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전당대회에서의 정견발표 허용여부를 둘러싼 당지도부와 일부 후보간의 논란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의 정견발표 기회보장 요구는 일종의 시위적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후보간 우열 가시화로 李會昌(이회창)후보를 뺀 상당수의 후보들이 막판 뒤집기를 위해 절실히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열의 선두에 선 사람이 李仁濟(이인제)후보. 그는 2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당대회장에서의 후보정견발표가 특정후보의 거부로 끝내 관철되지 않는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밝힌다』며 강경론을 폈다.
이후보는 『나의 뜻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여러가지 합법적인 방법을 취하겠다』며 실력행사 불사방침을 밝혔다. 자신을 지지하는 대의원을 통해 긴급동의 형식으로 정견발표를 요구하는 것도 실력행사 방안중 하나다.
이후보는 또 『당지도부가 계속 불허입장을 취하는 것이 특정후보를 묵시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결과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金德龍(김덕룡)후보도 이날 성명을 통해 『대의원들에게 최종판단의 기회를 주기 위해 적어도 2차 투표에 오른 2명에 대해 10분씩이라도 정견발표 기회를 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李漢東(이한동) 崔秉烈(최병렬)후보도 『전당대회에서 후보의 정견발표 허용은 한마디로 상식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며 가세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불허결정을 내린 당 선관위(위원장 閔寬植·민관식)는 계속 요지부동이다. 당헌당규상 선거운동은 전당대회 전날까지로 제한돼 있어 후보들의 연설을 허용할 경우 규정위반이라는 논리다. 물론 그 이면에는 후보들의 마지막 정견발표가 후보간 비방과 폭로전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고 자칫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 당일에 후보진영이나 대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 등 합법적 절차를 통해 정견발표를 요구할 때 당지도부가 이를 무작정 묵살하기도 어렵다. 대의원들이 실력행사 움직임을 보이면 더 심한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당지도부 일각에서도 긍정검토론이 나오고 있다.
〈이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