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사상 첫 자유경선을 통해 출범한 李會昌(이회창)신한국당대통령후보 체제가 초장부터 난기류에 휩싸이는 양상이다.
우선 출범 1주일만에 도처에서 물이 차들어오면서 선체(船體) 자체가 계속 뒤뚱거린다.
심각한 것은 경선과정에서 「반(反) 이회창」 성향을 보였던 일부 경선후보들의 예사롭지 않은 행보다. 특히 李漢東(이한동) 李壽成(이수성)고문의 움직임에선 뭔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 엿보인다.
이한동고문은 27일 이대표 진영에서 흘러나오는 경기―강원지역 선대위원장 임명설에 『선비는 죽어도 겻불은 쬐지 않는다』며 역정을 냈다. 그는 또 경선과정의 여러가지 사례를 들며 이대표와의 사이에 쌓인 감정적 앙금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물론 이러한 심기가 독자행보로 이어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측근들이 전하는 이고문의 선택은 대충 세가지다. 첫째, 당에 남아 정권재창출을 돕는 것이다. 이고문 스스로도 『나는 17∼18년 동안 정도를 걸어온 사람』이라고 말한다.
둘째는 당내의 이수성 朴燦鍾(박찬종)고문, 金鍾泌(김종필)자민련총재 朴泰俊(박태준)포항북보선당선자 등과 함께 「보수대연합」을 이루는 것이고 셋째는 金大中(김대중)총재까지 포함하는 「내각제 연대」 추진이다. 그러나 실현여부는 향후 정국상황과 깊은 함수관계를 가질 것이다.
이수성고문의 행보는 더욱 예측불가다. 그는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를 통해 『지역감정의 해소를 위해서는 호남출신이 누구든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등 당인(黨人)의 금도를 완전히 벗어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또 이대표의 대선운동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신한국당과의 결별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경선 직전 후보직을 사퇴한 朴燦鍾(박찬종)고문 역시 최근 여권관계자들의 진무노력에도 불구하고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 대한 깊은 배신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대상이다.
만약 이들 세사람이 이탈을 결심한다면 그 고리는 내각제 개헌이 될 듯하다.
즉 내각제 개헌을 통해 대선 후 정치적 활로를 개척하려는 의도가 바탕에 깔려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들과 내각제 공조를 가속화하고 있는 김대중총재나 김종필총재의 연대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경선에서 2위를 한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의 셈법은 다소 복잡하다. 그는 당내 2인자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면 당에 남되 그렇지 않을 경우엔 높은 대중적 지지도를 바탕으로 독자행보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당에 남아 이대표의 대선승리를 위해 확실히 돕기로 마음을 정한 사람은 현재 金德龍(김덕룡)의원 정도다.
이래저래 신한국당의 집안사정은 뒤숭숭하기 짝이 없다.
관건은 이대표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다. 이대표의 대선승리가 확실할 경우엔 당내 동요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으나 대선승리에 대한 확신이 흔들릴 경우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