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는 28일 방송3사 합동토론회에서 대통령후보로 선출되기 전보다는 안정된 모습이었으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극히 신중한 자세로 답변했다.
이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특별히 새로운 정책이나 이슈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와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 등 야권의 두 후보와 분명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차별화의 기준은 「세대교체」와 「탈(脫)지역주의」로 그가 앞으로 두 김총재와의 대선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대국민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대표의 세대교체론은 연령적 의미가 아니라 구시대지도자들을 새 얼굴로 바꿔보자는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3김(金)」을 청산하자는 것으로 두 김총재의 수평적 정권교체론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그동안 두 김총재에 대해 직접적인 공격을 비교적 자제해오던 그가 이날 『「3김정치」는 끝내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한 것은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뒤 달라진 모습중 하나다.
이대표의 「탈(脫)지역주의」는 정치판의 영호남 대결구도를 깨뜨리겠다는 취지다.그는 자신이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경상도와 전라도 대의원들로부터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지역주의 청산의 계기를 제공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충남예산 재선거과정에서 「충청도임금론」까지 나온 것은 또다른 지역주의가 아니냐는 추궁에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아마 예산분들이 기분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며 비켜갔다.
이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정상성 회복」을 강조하면서 국가경영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주장, 개혁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러나 토론에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앞 정권과의 차별화를 지향해서는 안된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는 과거를 부정하는 식의 개혁은 지양하겠다는 뜻으로 현 집권세력을 의식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이대표는 또 『정치보복과 같은 과거지향적 행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역시 자신의 「법대로」 이미지에 대한 여권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는 최근 정치권의 핫이슈가 되고 있는 두 아들의 병역면제 경위에 대해서도 비교적 소상히 밝혔으나 두 아들의 체중이 첫 징병검사 때에 비해 각각 10㎏씩 큰 폭으로 줄어든 경위에 대한 설명은 다소 미흡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는 자신의 두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기에 앞서 정밀검사를 받는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두 아들 모두 병역이 면제된 것에 대해서는 미안해하는 모습이었다.그는 『(그로 인해) 병무관계 직원들이 의심을 받는다면 미안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대표는 두 김총재의 야권후보단일화에 대해서는 『그렇게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논거는 들지 않았다. 자신의 지론인 권력분담론이 야권의 내각제론과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도 설득력이 약한 편이었다.
그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에대한사면여부에대해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답변을 유보한 것은 시각에 따라 엇갈린 해석이 가능하다.
이대표는 경선비용에 대해 사무실임대료 유급사무직원봉급 유세비용과 인쇄비용 및 우편요금으로 1억5천만원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각종 부대비용을 제외한 최소한의 필요경비만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는 대선자금 조달도 법에 정한 대로 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엔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또한 경선비용과 같은 계산법에 따라 공개할 경우에는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