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출신 대통령후보의 탄생 여부를 결정지을 변수는 정치역학, 지역정서, 정치인의 생리, 정치현실 등 다양하다. 이는 영남후보의 탄생여부가 실제 대선에 미칠 영향력의 정도와는 별개의 문제다.
일단 여야 3당의 대통령후보가 모두 비영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영남후보 탄생의 정치역학적인 기본환경은 갖춰진 셈이다. 그러나 지역정서는 아직 유동적이라는 게 영남출신 정치인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뭔가 서운하고 여야 후보가 썩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정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영남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는 사람은 신한국당의 李壽成(이수성) 朴燦鍾(박찬종)고문과 포항북구보선에서 당선된 朴泰俊(박태준)의원 등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현지에서 적잖은 동정론이 잠재해 있다는 게 해당지역 정치인들의 얘기다.
특히 박고문에 대한 부산지역 주민들의 동정론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중 어느 누구도 영남 전체를 포괄하는 대표성을 가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또한 영남권 의원들의 중론이다.
영남출신은 아니나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가 독자출마할 경우 영남표를 상당부분 잠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박고문의 「낙마(落馬)」로 부산지역 주민들의 이지사에 대한 선호도가 꽤 높아졌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생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열악한 여건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몸담은 정당에서 뚜렷한 정치적 장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엔 모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비록 지더라도 이번 대선에서의 득표력을 토대로 차차기를 노리겠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면 정치현실은 또다른 제약요인이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세와 조직과 자금력 등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춰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현재 가속화되고 있는 여권내 「반(反) 이회창」 연대가 구체화될 경우, 또 야권의 DJP연합이 끝내 무산되는 상황에선 일거에 영남후보 탄생의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