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대선레이스」는 일단 여야 3당후보 모두 비영남권출신 후보 구도에서 출발했다.
여야 의원들은 「여당후보〓영남인사」라는 기존의 틀이 깨진 상황에서 치러질 이번 대선을 벌써부터 「선거사에 한 획을 그을 사건」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신한국당 영남출신 의원들은 영남출신의 「제4의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영남표의 결집」을 통해 집권당이 대선에서 승리해온 관행에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대구 경북(TK)지역의 중진인 K의원은 『여당의 생리상 李壽成(이수성) 朴燦鍾(박찬종)고문이 뛰쳐 나가더라도 동반탈당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에 세를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보수대연합을 통한 영남후보 창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영남후보 부재에 따른 심리적 허탈감이 영남지역 사람들에게 없지 않겠지만 「없는 사람」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음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TK출신의 한 재선의원은 『12월 대선은 결국 「영남표」의 향배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야권 후보단일화가 누구를 중심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TK출신 영남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부산 경남(PK)지역의 중진인 K의원은 『영남후보가 없는 현실에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만 「없는 걸 우야겠노」라며 현실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출신 초선인 J의원은 『박찬종고문의 경우 때를 봐서 출마를 결심하면 최소한 부산권에서는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경남과는 달리 부산은 「반 이대표」 정서가 꽤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수성고문이 여론조사와는 달리 부산지역에서 이회창대표와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PK민심이 이대표에게 곱지만은 않다는 반증이라는 분석이다.
여당의원들은 영남표의 향배를 분석하는 데 있어 무시하지 못할 요인으로 PK와 TK의 「이질성」을 꼽는다. TK는 「반 YS정서」가 강하지만 PK는 「미우나 고우나 YS」라는 얘기다.
○…야권 의원들은 『영남표가 여당후보에게만 쏠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들은 누가 야권후보로 나서야 유리할 것이냐는 데는 물론 견해가 엇갈린다.
국민회의 의원들은 『「DJP 후보단일화」가 이뤄지고 朴泰俊(박태준)의원을 끌어 들일 수만 있으면 DJ에 대한 영남권의 거부감을 불식시켜 여측과 대등한 게임을 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TK지역 자민련 의원들은 TK의 「반 DJ」정서를 강조하면서 JP로 단일화되지 않으면 TK 민심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한다.
TK지역 자민련의원들은 『「박정희 신드롬」과 「반(反) 신한국당 정서」를 감안할 때 金鍾泌(김종필)총재는 영남권에서 가장 접목이 용이한 후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중진의원들 가운데는 『거부반응이 덜한 JP로의 단일화가 표응집에 용이한 측면이 있겠지만 DJ로 결정되더라도 공동집권 구상이 제시되고 정권교체 의지에 호소한다면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없지 않다.
〈최영훈·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