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은 「영남표」를 겨냥한 「제4후보」의 출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과거 「영남표」의 영향력과 현재의 「영남후보 부재(不在)상황」을 대비시켜 볼 때 독자적인 영남후보가 나설만한 조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야가 독자적인 영남후보를 변수로 복잡한 대선방정식을 상정해 보고 나름대로 대응구상을 가다듬고 있는 것이다.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후보에게는 영남후보가 최대의 「가상적(假想敵)」이다. 영남후보만 나오지 않는다면 자민련의 金鍾泌(김종필·JP)후보가 일부 TK표를 잠식하더라도 9백만표에 가까운 영남표의 절대다수를 독차지할 수 있다고 내다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남후보가 나오면 영남표는 크게 세갈래로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후보측 관측이다. 어느 정도 지지도를 갖춘 인물이면 누가 나오더라도 여야 3당후보와 표를 분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영남후보가 나오더라도 득표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대세에 영향을 덜 미칠 약체 후보가 나오기만을 기대하는 게 이후보측의 솔직한 심정이다. 현재 이후보측은 신한국당 李壽成(이수성) 朴燦鍾(박찬종)고문과 무소속의 朴泰俊(박태준)의원, 민주당의 李基澤(이기택)총재 등 잠재적인 영남후보군의 향배와 득표력을 점검하면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국민회의는 『특별히 유불리(有不利)할 것이 없다』고 본다. 설사 영남후보가 등장하더라도 金大中(김대중)총재의 지지표를 잠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영남후보라도 예컨대 박찬종고문처럼 영남권 외에 다른 분야의 득표력을 가진 후보가 출마할 경우엔 상황이 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또 영남후보는 JP의 영남 영향력을 잠식해 「DJP후보단일화」의 효과를 어느 정도 상쇄시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국민회의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은 「DJP연합」이 무산되고 제4후보까지 등장, 유권자들 사이에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안정희구심리」가 휩쓸 가능성이다.
○…자민련은 영남권 특히 대구 경북(TK)후보의 등장을 가장 경계한다. 「제2의 표밭」으로 여기는 TK표의 대거 이탈로 충청권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당내 TK인사들의 동요도 걱정거리다.
그러나 상대적인 관점에서 별로 손해볼 게 없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신한국당의 분열에 의해 영남후보가 나온다면 결국 여당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따라서 자민련은 영남권의 잠재적 후보군과 「보수대연합」을 기치로 연대가능성을 적극 모색중이다.
〈최영훈·김창혁·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