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金鍾泌(김종필)대통령후보는 29일 방송3사 합동 TV토론회에서 시종 여유있는 태도로 노련미를 과시했다. 특히 여러차례 예행연습을 한 탓인지 과거에 비해 표정이 한결 부드러웠고 답변도 보다 짧고 명료했다.
이날 김후보의 답변중에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책임지고 해내겠다』 『나에게 정권을 맡겨준다면 마지막으로 한번 더 몸을 던지겠다』는 등 「선문답(禪問答)」같은 은유적 표현을 자주 섞던 스타일과는 달리 직설적인 의사표시가 많았다.
「JP가 과연 출마하겠느냐」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고 「대통령후보 JP」로서의 인상을 강하게 심기 위한 노력인 듯했다.
김후보는 이날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후보나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후보 등 다른 후보와 분명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과거 국정을 담당했던 「경륜있는 경험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승부를 걸겠다는 의도도 강하게 엿보였다.
그는 『전쟁 때 나라를 지켰고 혁명에도 몸을 던져봤다. 총리도 4년반이나 지냈다. 야당도 경험했고 8선의원이다』며 경험과 경륜을 내세웠다. 최근의 「朴正熙(박정희) 신드롬」에 대한 질문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날 그 기간에 최선을 다했다』며 단호하게 답변했다.
그는 이후보의 「3김청산」 주장에 대해 『그 사람도 나이가 적은 사람이 아닌데 능력과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지 김가라고 안된다는 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대중후보와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21세기를 준비하고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데 제일 적합한 사람이라고 자부한다』며 「비교우위」를 강조했다.
야권 후보단일화 전망에 대해서도 『양당이 목적을 확인, 굳건히 합의하면 단일후보를 이룰 수 있다』면서 『지켜봐달라. 될 것이다』고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최근 들어 국민회의측 주장과의 「괴리」를 강조하던 태도와는 다소 분위기가 달랐다.
김후보의 주공격 목표는 이후보였다. 이후보가 「충청도 연고권」을 내세우며 자신의 텃밭을 잠식해온다는 피해의식 때문인 듯했다. 충남 예산 재선거와 관련, 「이회창 바람」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임금됐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까 바람이 불긴 불었던 모양』이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또 이후보 아들의 병역문제에 대해 그는 『아들 둘이 똑같이 병역을 안 거쳤다면 국민 모두 궁금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겨냥한 뒤 공군병장 3년 만기 제대한 자신의 아들 경우를 소개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후보를 다소 곤혹스럽게 만든 질문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의 「송곳질문」에 그는 여유있는 답변으로 넘어갔지만 일부 대목에서는 간략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답변을 잘랐다.
특히 신한국당의 洪準杓(홍준표)의원이 제기한 「89억원 비자금설」에 대해 그는 『그런 거 없다.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하는 검사도 그런 일 없다고 얘기한 걸로 알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핫바지론 등을 제기한 김후보는 지역감정의 수혜자 아니냐」는 질문에도 『나와 지역감정과는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한 뒤 『지역감정은 내 고장에서 대통령 내겠다는 것에서 나왔다』고 대통령제에 책임을 돌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후보는 과거 입장과는 다소 달라진 태도를 보이는 대목도 있었다. 그는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씨 등 두 전직대통령의 처리문제에 대해 『그렇게 취급받지 않을 도리가 없는 일을 했다』고 말해 과거의 동정론에서 선회했다.
또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문제에 대해서도 『쓴 사람이 밝혀야 하며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그 꼬리가 길게 갈 것』이라며 「미제(未濟)현안」임을 분명히 했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