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일께 동경에서 韓日(한일)어업협정 개정협상을 다시 열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나 이 협상이 위협속에서 진행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양국 어업협상이 9월까지 진전되지 않으면 『국내의 거센 협정파기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 일본외상의 최근 발언은 그동안 간간이 비추던 일본의 「파기위협」을 장관이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같은 발언이 어업협상 재개를 합의한 날, 같은 장소에서 나왔다니 불쾌한 일이다.
한일 어업협상이 잠시나마 중단된 것은 일본당국이 한국어선을 불법나포, 감금한 데서 비롯되었다. 일본이 자국 관할이라고 주장하는 해역도 일방적으로 선언한 직선기선(直線基線)에 의한 것이며 이 또한 국제해양법을 무시하고 그어졌음이 드러났다. 일본측이 갈등의 원인을 스스로 만들고 이로 인해 지연된 어업협상을 시한까지 정해 밀어붙이려 하는 것은 선린 국간에 취할 태도가 아니다.
협정개정의 필요성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협상을 하되 국제법과 관례에 따라 합리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번 콸라룸푸르 양국 외무장관 합의도 당장의 파국을 막기 위한 미봉책에 그쳐 협상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위협까지 한다면 협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일본에 선제공격을 당하고도 응분의 대가를 받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일본의 직선기선을 사실상 수용했는가 하면 독도문제가 걸린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어업협정에 앞서 획정한다는 국민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큰 것을 주고 작은 것만 챙긴 꼴이라는 여론을 새겨 듣고 다음 회담에 철저히 대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