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동안 계속된 3당 대선(大選)후보 초청 TV토론회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선하고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주의만 부추겼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일부에서는 이같은 TV토론의 무용론까지 제기했다.
시청자들이 고개를 돌린 원인은 우선 토론다운 토론없이 후보자들이 유세하듯 지루하게 자기 해명과 선전만 한 데 있다. 패널리스트들의 질문 또한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을 무섭게 파고 들어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추가질문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후보자들은 미리 준비한 답변자료만 일방적으로 늘어놓은 셈이 됐다.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고사하고 긴박성마저 전혀 없는 토론회가 되었으니 시청자들의 짜증과 외면은 당연했다.
토론 진행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1백분안에 모든 분야를 다 소화하려 한 것은 무리다. 큰 틀을 그렇게 백화점식으로 잡아 놓았으니 질문은 쫓기게 되고 추가질문을 할 겨를이 없다. 후보자들 역시 곤란한 대목에서 적당히 우물우물 넘기는 데 이러한 사정을 역이용했다. 따라서 모든 사안들에 골고루 시간배정을 하기보다 관심있는 특정 사안을 놓고 집중 추궁하거나 토론하는 형식의 진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의 관심도를 떨어뜨린 원인은 후보자들이 매일 한명씩 교대로 출연하기 때문에 정책이나 자질을 비교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유권자들이 한눈에 후보 차별화를 할 수 있는 합동토론회는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후보자들이 한꺼번에 출연할 경우의 유불리(有不利)를 따져 합동토론회를 꺼리는 모양이나 적어도 주요정당의 대선후보라면 참석 못할 이유가 없다. 경쟁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정정당당하게 겨뤄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