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3일 여야 각 정당에 오는 12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전선거운동 자제를 촉구하는 협조공문을 보낸 것은 지난 6월25일에 이어 두 번째다. 그리고 두 차례의 협조공문은 내용이 거의 똑같다.
이미 한 차례 「경고」사인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자숙의 태도가 엿보이지 않은 여야 정당에 다시 한번 강력한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두 차례의 협조공문에서 선관위는 우선 여야 정당의 대변인논평 성명 등에서 상대방을 비방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각 정당과 입후보예정자들이 대선준비에 들어가면서 통상적인 정당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사전선거운동사례가 엿보인다고 거듭 경고했다.
선관위가 상호비방 행태를 지적한 것은 최근 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인 李會昌(이회창)대표 두 아들의 병역면제문제를 둘러싼 공방과정에서 여야간의 공격성 성명 논평이 난무했던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대표 두아들의 병역문제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처음으로 공식 거론된 지난달 23일 이후 여야 정당의 대변인 논평 성명은 「갈 데까지 갔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그동안 여야 3당의 대변인 논평 성명에서는 「막가파식 작태」 「흠집내기 발악」 「억지행패」 「고도의 국민기만공작」 등 극단적인 표현들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양산됐다. 특히 야당측은 이대표를 「간교하고 천한 인격의 소유자」라고 맹비난했고 신한국당은 이에 맞서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의 병역문제를 문제삼으면서 「용공부역」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선관위는 이같은 인신공격성 성명이나 논평이 지금까지는 묵인돼 왔으나 이 역시 흑색선전에 해당, 선거법에 위반되는 사항이라며 정당별 사례를 수집해놓고 여차하면 수사의뢰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선관위가 두번째로 문제삼은 사전선거운동사례는 주로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를 겨냥한 것이다. 김총재의 경우 이미 「테마별 버스투어」가 사전선거운동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또 이날 지적한 「일부 입후보예정자가 직능단체 모임에서 선거에 관한 공약을 했다」는 것도 김총재의 지난달 25일 경북 영덕 「경북농업경영인대회」발언을 문제삼은 것이다. 당시 김총재가 축사에서 『우리 당이 집권하면 농가부채를 탕감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발언한 것은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에게 선거공약을 제시, 지지를 유도한 사전선거운동성 행위라는 것이다. 이처럼 선관위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당은 이달 들어 본격적인 대선준비에 돌입, 선관위의 협조요청은 특단의 조치가 없는한 「쇠귀에 경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