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가 두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은 것과 관련, 대국민 유감을 표명하고 적극 해명에 나서기로 한 배경은 크게 두가지인 것 같다.
우선 병역면제 파문으로 국민 지지율이 급락하는 데 따른 위기의식을 꼽을 수 있다. 더욱이 각종 의혹에 대한 1차적인 입증책임의 화살이 이대표 본인에게로 향하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될 기미를 보이자 「맞불작전」 식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당내 건의가 잇따랐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요인은 병역면제 파문은 법적 차원이 아니라 국민정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현실인식이다. 이대표 스스로 자꾸 합법성을 강조해봐야 별 실효가 없다는 판단아래 직접 국민정서에 호소하기로 한 것 같다.
이대표가 3일 『무슨 변명을하며 무슨 해명을 할 것인가』라는 말을 되풀이 한 것도 논리보다는 감성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대표는 「사과」라는용어는 쓰지 않았다. 측근들도 『자칫 병역면제 과정에 무슨 잘못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국민에게 비쳐질수도 있다』는 건의를 했다는 후문이다.
대국민유감 표명과 해명으로 병역면제 파문을 일단락시키자는 게 이대표의 의도인듯하다. 그러나 당내일각에서는 소강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병역면제 파문의불씨를 되살리는 역효과를초래할 수 있다는우려도 없지 않다.
대국민유감 표명과 해명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싸고도 내부에 잡음이 일고 있는 양상이다. 1일 밤 河舜鳳(하순봉)대표비서실장 白南治(백남치) 徐相穆(서상목)의원 등 이대표 핵심측근 5,6명의 비공식회의에서 회견방침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들 측근은 이날 『이대표가 지난달 28일 TV토론에서 시간제약으로 인해 두 아들의 병역문제에 대해 사실관계만 소상히 설명했을 뿐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것.
이대표의 대국민유감 표명 및 해명안은 2일 오전 당직자회의에서 공식확정 됐으나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된 일부 당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주요방향은 측근들이 밀실에서 정하고 당직자회의는 추인이나 하는 바지저고리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무튼 이대표의 대국민유감 표명과 해명으로 병역면제 파문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 같다. 이대표가 특히 『앞으로 내 아들들도 반드시 국가의 부름에 따라 헌신하고 충성할 기회를 찾을 것이며 이를 마음으로 다짐하고 있다』고 밝힌 대목이 관심을 끈다.
〈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