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일각에서 TV토론회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오는 12월의 대통령선거가 TV토론회 중심으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되며 대선전략을 전면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당내 민주계의 전면배치론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와 맞대결할 가능성이 높은 이번 대선에서 김총재의 강점과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민주계가 전면에 나서야만 대선승리를 기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TV합동토론회에 대해 신한국당은 지난 1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유불리를 따져본 뒤 선거운동기간 중의 합동토론회에 응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미 일정이 확정돼 있는 선거운동기간 전의 다섯차례에 걸친 TV토론회에 대해서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대선기획업무를 맡고 있는 한 당직자는 『TV토론으로 선거를 치르다가는 결과가 뻔하다. 야당측이 정책대결이 아닌 이회창 대표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식으로 선거를 끌고 갈 것이 뻔한 상황에서 TV토론회는 이대표가 해명에 급급한 수세적인 형국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8∼30일의 1차 TV토론회 결과 이대표가 두 야당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으며 지지도가 크게 떨어진 것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민주계 전면배치론도 이같은 TV토론 중심의 선거에 대한 회의론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한 민주계 의원은 『이대표 주변의 신주류세력은 김대중총재와의 싸움에 어떤 무기를 들고 나서야 할지 ABC조차 모르는 상태』라며 『민주계의 협력 없이는 이번 대선을 제대로 치러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이번 대선에서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는 대대적인 폭로전이 불가피하며 그럴 경우 민주계가 대선체제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徐錫宰(서석재)선거대책위 공동의장―姜三載(강삼재)선대위 본부장 겸 사무총장 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주계 전체의 움직임은 아직까지 이대표 체제에 동참하는데 소극적이다. 경선과정에서 상당수가 반(反)이대표 진영에 가담해 각개약진하는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데다 이대표측도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