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몰린 李대표, 黨장악 수읽기 열중

  • 입력 1997년 8월 4일 21시 05분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는 4일 국회 정치개혁입법특위에 참여할 당의 위원들의 인선을 끝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 때문에 평상활동으로 돌아가기 위한 수습의지가 느껴지는 행보였다. 이날 특위위원으로 임명된 사람 중엔 지난 대통령후보 경선 때 李漢東(이한동) 李壽成(이수성)고문이나 金德龍(김덕룡)의원 등 「반(反) 이대표」 진영에 가담했던 의원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른바 「탕평책」 실시의 첫 선을 보인 셈이었다. 이날 특위 위원 인선은 이대표의 입김이 적지 않게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각이나 주요당직 개편의 방향을 부분적으로나마 시사한다는 점에서 당안팎의 관심을 끌었다. 당내에서는 적어도 이대표의 경선승리에 기여한 「신(新) 주류」의 독무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정치이력이 짧아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뒤에도 탄탄하고 조직적인 「친위세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표 스스로는 탕평책에 의한 광범위한 인재등용을 원하고 있으나 기득권세력이나 공신그룹의 견제가 만만치 않은 게 현 실정이다. 대국민 발표, 특위 위원 인선에 이은 이대표의 행보는 자연 당에 대한 자신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잡힐 가능성이 커 보인다. 명실상부한 당권장악과 일사불란한 당체제 확립을 위해 당총재직 이양시기를 당초 예정(9월말이나 10월초)보다 앞당기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이대표는 오는 7일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견해를 밝힐 것 같다. 이대표 진영에선 당총재직 이양시기를 8월말이나 9월초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물론 당총재직 이양시기를 앞당길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당내 문제 수습과 대선체제 정비를 위해 김대통령의 「도움」이 상당 기간 필요하지 않느냐는 시각 때문이다. 아무튼 이대표측의 의도대로 당내 정비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신한국당의 내부 교란을 노린 야권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봉쇄할 필요가 있으나 갈수록 거세지는 야권 공세에 대해 묘책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대표측의 고민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치권 사정이나 「색깔논쟁」에 의한 맞불작전 등 국면전환을 위한 각종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들 또한 현 국민정서에 비추어 반드시 유리한 국면조성에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이대표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험난한 것 같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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