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가 대통령후보로 선출된지 보름이 가까워 오는데도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두 아들의 병역면제 파문과 관련, 3일 대국민 발표를 통해 해명했지만 질곡을 벗어나기는 역부족인 듯하다. 큰 아들 正淵(정연)씨의 외제차 구설수에 이어 친형 會正(회정·65·삼성서울병원병리과장)씨의 국적시비까지 겹쳐 바람잘 날 없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3일 외제차 구설수가 나왔을 때만해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문제된 독일제 아우디 승용차가 정연씨 소유가 아니라 급한 일로 공항을 가느라 잠시 빌려 탄 데 불과하기 때문에 지속적 쟁점이 되기 어렵다는 게 당 지도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4일 불거진 회정씨의 국적문제를 놓고서는 분위기가 다르다. 우선 이 문제가 병역파문을 더욱 확산시킬 가능성 때문이다.
설령 아들의 병역문제와 직접 관계가 없다해도 친형이 미국 국적을 가진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정서에 비추어 실점(失點)요인이 된다는 게 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아무튼 당 지도부는 이들 문제들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이대표와 그 가족에게 「특권층」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실리고 일반 유권자가 위화감을 느낄 가능성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대표에게 문제가 있다면 집안이 너무 좋은 것』이라는 한 당직자의 얘기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당초 신한국당은 이대표의 대국민발표를 계기로 적극적인 「국면 전환」을 꾀한다는 생각이었다. 이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앞으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李允盛(이윤성)대변인도 4일 아침 『우리 당은 앞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산적한 현안에 정책적으로 대응해나가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게 신한국당의 처지다. 더구나 「대응」이래야 야당의 의혹제기에 대해 해명하는 수준을 넘을 수 없다는 게 신한국당의 고민이다.
이대변인은 「회정씨가 94년 말 삼성서울병원 취업 당시 이중국적자임을 알았으면서도 96년7월 한국적을 포기할 때까지 이중국적을 유지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역지사지(易地思之)해서 생각해 달라』고 사정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대표의 한 핵심측근마저 『이대표 문제라면 언제라도 받아칠 수 있지만 솔직히 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당내 일각에서는 『경선과정에서 후보들을 자체 검증하는 제도를 도입해야겠다』는 얘기까지 나올만큼 신한국당의 사정이 복잡하게 돌아간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