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어선이 일본의 영해 직선기선(直線基線)내에서 조업했다는 이유로 나포되면서 한일간 외교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 일과 관련, 몇가지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해양선진국가로 자처하고 있는 일본이 우리가 주장하는 것처럼 국제해양법을 완전히 일탈, 자국 영해기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할 정도로 어리석었겠는가 하는 점이다.
다음은 영해 직선기선 문제는 분명 법률적인 해석과 적용이 요구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자칫 한일간 정치적 또는 감정적 대립으로 변질되지 않을까하는 문제다.
마지막으로 독도와 영해기선 문제를 연계시켜 사태를 오히려 확대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학자는 『1965년에 체결된 한일 어업협정에는 어업수역 설정시 직선기선을 사용할 경우 당사국과 협의 결정한다고 규정, 일본이 당사국인 한국과 사전 협의없이 직선기선을 일방적으로 설정 시행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 어업협정상의 협의 의무와 일본의 영해기선 설정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영해는 자국 주권이 행사되는 일정 범위의 수역이기 때문에 일본이 영해 기준선 설정시 한국과 사전 협의해야 할 의무는 없다. 우리 역시 지난 77년 영해법을 제정하면서 주변 국가와 사전 협의한 바가 없다.
우리는 특히 일본이 해양법상 만(灣)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과도하게 만구폐쇄선을 직선기선으로 활용했다며 직선기선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유엔 해양법협약상의 예외규정(제10조6항)을 적용, 자국의 만이 「역사적 만」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반적인 직선기선 설정요건 및 만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 우리는 어떠한 법 논리로 대처해야 할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지난 96년 일본이 영해기선을 설정한 직후 이 문제를 다각적으로 검토, 공식 통로로 일본정부에 강력 항의한 것으로 안다.
일본의 직선기선 설정이 국제법상 명백한 위법이라면 우리 관할수역이 불법적으로 상당부분 침해받는다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알려야 한다. 평화적 해결이 어려운만큼 불가피하게 강제 해결절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향후 한 중 일 3국간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획정 협상문제와도 직결될 뿐 아니라 한일 양국 외교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감정적인 차원을 떠나 보다 냉철한 법적 대응이 요구된다.
김현수(해군사관학교 교수)